"中, 유엔 마약단속기구 수장에 '우산혁명' 강경진압 인물 밀어"

입력 2019-06-05 13:11
"中, 유엔 마약단속기구 수장에 '우산혁명' 강경진압 인물 밀어"

앤디 창 전 홍콩 경무처장, UNODC 소장 후보로 내세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강경 진압한 인물을 중국 정부가 유엔 마약 단속 기구의 수장으로 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소장을 맡은 유리 페도토브의 뒤를 이를 차기 사무소장으로 앤디 창(曾偉雄·61) 전 홍콩 경무처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창 전 처장은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대규모 시위인 '우산 혁명'을 최루탄과 물대포 등으로 강경 진압해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우산 혁명은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분사를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홍콩의 민주 진영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으나, 홍콩의 친중파 의원 등은 그의 행동을 칭송했다.

2015년 홍콩 경무국장직에서 물러난 후 그는 중국 중앙정부에 발탁돼 현재 중국의 마약 단속 총괄 기구인 국가마약금지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다.

그는 재임 기간 홍콩 범죄율을 1997년 이후 최저수준까지 낮추고, 경찰조직 내 반테러 부대를 개혁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달 말 그는 중국 국가마약금지위 부주임 신분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UNODC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한국, 러시아, 영국, 호주, 일본, 태국 대표 등과 개별적으로 만났다.

한 소식통은 "지난달 방문에서 창 부주임이 차기 소장 자리를 위한 유세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나마, 콜롬비아 등도 UNODC 차기 소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협의해 후임자를 결정하게 된다.

창 전 처장이 UNODC 차기 소장으로 임명된다면 지난해 중국 당국이 부패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전 총재 멍훙웨이(孟宏偉)를 억류한 후 처음으로 중국이 주요 국제기구 수장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산 혁명을 강경 진압한 그의 경력과 더불어 최근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중국 위협론'이 대두한 상황까지 고려할 때 창 전 처장이 UNODC 차기 소장을 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UNODC는 전 세계에서 마약 밀매 근절, 마약 남용 방지, 테러 예방, 정치 부패 척결 등의 임무를 맡는 유엔 산하 기구다. 예산은 약 7억 달러로, 전 세계에 23개 사무처를 두고 있다.

홍콩 출신으로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을 맡은 인물로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맡은 마거릿 챈(陳馮富珍)이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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