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고공 농성 사흘째…공사 차질 심화, 기사 건강도 악화
60∼70m 높이서 큰 일교차에 감기몸살 등 고통…약·침낭 공수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전국 건설현장에서 대형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크레인을 멈춰 세우고 고공 농성에 들어간 지 사흘째인 5일 건설현장에서는 공사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성에 들어간 기사들도 지상 60∼70m 높이에서 큰 일교차 탓에 감기몸살 등으로 고통받고 있어 노조가 구급약과 침낭을 긴급 공수하는 등 버티기에 나섰다.
5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산의 경우 27개 공사현장 112대 타워크레인 중 76대에서 고공 농성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작업을 마친 크레인 기사들은 자신이 조종하고 있던 크레인에서 곧바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이 사흘째 이어지자 지역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파업 장기화로 공사 비용 상승, 아파트 입주 지연 피해 등 걱정이 크다.
크레인 4대가 모두 멈춰선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관계자는 "공정률이 45%로 타워크레인 작업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루만 작동을 멈춰도 현장에는 곧바로 피해가 나오는데, 농성을 장기화하면 공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11대가 멈춰선 1군 건설사의 아파트 작업 현장도 "공사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어 크레인을 제외한 시설·전기공사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하루빨리 파업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인에 올라간 기사들도 고통 속에 버티기는 마찬가지이다.
농성 중인 부산지역 크레인 기사 10여명 정도가 감기몸살과 미약한 발열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 대부분이 30∼40대로 건강한 편이지만, 지상 60∼70m 높이에서 밤과 낮의 큰 일교차로 감기몸살에 시달리고 있다"며 "조정실에 간이히터가 없거나 미처 침낭을 준비하지 못한 기사들이 몸에 이상 증세를 호소해 감기약과 침낭을 급히 보급했다"고 전했다.
고공 농성을 벌이는 한 기사는 "준비한 빵으로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움직일 공간이 협소해 소화가 힘들다"며 "생리현상도 빈 통이나 신문지, 비닐 등으로 처리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사용자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에는 임금 인상을, 정부에는 3t 이하 소형타워크레인(무인크레인) 사용 금지 조치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유현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부산본부 교육선전부장은 "소형타워 크레인의 위험성을 국가와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며 "소형타워크레인과 대형크레인은 조정석이 있고 없고의 차이만 있을 뿐 규격 등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소형 크레인의 규격 제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형크레인을 운전하는 기사들도 대형크레인 조종사와 같이 전문자격증을 갖추도록 하는 등 안전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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