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강윤성 신작…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롱리브더킹'

입력 2019-06-05 10:56
수정 2019-06-05 14:58
'범죄도시' 강윤성 신작…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롱리브더킹'

코미디·멜로·액션·정치드라마 혼합…김래원 연기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2017년 여름, 데뷔작 '범죄도시'로 688만명을 불러모은 강윤성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롱 리브 더킹: 목포 영웅'을 들고 왔다. '범죄도시'가 뚜렷한 선악 캐릭터와 통쾌하고 강렬한 액션을 내세웠다면, 신작은 멜로와 정치, 범죄, 액션, 코미디 등을 비빔밥처럼 버무려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영화는 건달 두목 장세출(김래원 분)이 우연한 계기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까지 과정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목포를 무대로 한 남자의 성장과 사랑에 집중하는 만큼, 영화는 전반적으로 사람 냄새와 향토색을 물씬 풍긴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감독 특유의 유머, 누아르풍 액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갖춰 상업영화로 제 몫을 해내는 편이다.



재개발 지역에 철거용역으로 나간 조폭 두목 장세출은 그곳에서 강단 있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강소현의 일침을 들은 장세출은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유흥업소 등 기존 사업장을 접는다. 이후 그는 우연히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구해내 일약 목포 영웅으로 떠오른다. 인지도를 얻은 그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이에 3선을 노리던 반대파 후보 최만수(최귀화)는 장세출의 라이벌파 보스 조광춘(진선규)과 손을 잡고 그를 저지하려는 계략을 꾸민다.



이 작품은 현실에 발을 붙인 이야기인데도 판타지에 가깝다.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조폭 두목이 사랑에 빠져 한순간에 인생 궤도를 180도 바꾼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화 속에 흐르는 주된 음악도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순수한 마음과 과거를 씻어내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주인공의 열망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법하다. 한 남자의 순정과 열망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비현실적이고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선거판의 이전투구와 조폭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전형적인 편이다. 인터넷과 SNS만 뒤져봐도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세상임에도 조폭 출신 후보가 비교적 손쉽게 당선되는 탓에 결말의 통쾌함이 크지는 않다. '범죄도시'의 극악무도한 장첸(윤계상) 일당과 달리 악당의 존재가 다소 코믹하고 허당기있게 그려진 점도 한 이유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판타지를 그럴 듯한 현실로 만들고,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상과 인간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장세출이라는 캐릭터에 그대로 담긴 덕분이다. 배우의 공이 컸다. 이 영화의 8할은 김래원이 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 마음먹으면 목표를 향해 무조건 달려가는 '직진남' 장세출 역을 맡은 김래원은 가슴 속 뜨거운 열망을 섬세한 눈빛으로 표현하면서 캐릭터에 현실의 공기를 불어 넣는다.

연인을 향한 설렘부터 열정, 분노, 회한 등 다양한 감정이 실린 그의 눈빛에 관객은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멜로와 액션은 물론, 조폭 두목으로서 카리스마와 정치 신인으로서 어리숙한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뿜어낸다.



장세출을 좋은 사람으로 이끄는 변호사 역 원진아, 목포의 또 다른 악당 조광춘 역 진선규, 국회의원 최만수 역 최귀화 등도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예기치 못한 순간 깜짝 카메오들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급성충수염(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강윤성 감독은 제작 노트를 통해 "조직의 보스이지만 따뜻하고 정직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의 이야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6월 19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