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F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 유지해야…법원 결정 뒤집겠다"
스위스 연방법원의 "세메냐 재판 끝날 때까지 출전 가능" 해석에 반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여자부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규정 유지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스위스 연방법원의 결정을 뒤집겠다"고 선언했다.
IAAF는 5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여자부 남성호르몬 규정은 꼭 유지되어야 한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규정의 필요성을 꼭 알리겠다"며 "일단 6월 26일까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는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 전에 스위스 연방법원에 소명해 남성호르몬 규정을 이후에도 유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제대회 여자 중거리 출전 여부를 놓고 IAAF와 스위스 연방법원은 이견을 드러냈다.
하루 전인 4일 스위스 연방법원은 "재판이 끝나기 전, 세메냐는 현 상태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IAAF에는 "6월 26일까지 '재판 중에도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권고했다.
IAAF는 "일단 모든 선수가 6월 26일까지는 남성호르몬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우리 연맹은 남성호르몬 규정이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인지 법원에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상계에서 '세메냐 법'이라고 부르는 남성호르몬 규정은 최근 세계 육상의 가장 큰 이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5월 1일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주장을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IAAF는 CAS가 결론을 내리자 곧바로 "5월 8일부터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한다"고 했다.
IAAF는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 대상으로 적용하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중거리 선수들은 약물을 투약해 수치를 5n㏖/L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 800m에서 올림픽 금메달 2개(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육상선수권 금메달 3개(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7년 런던)를 딴 세메냐는 "절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자) 나를 바꾸지 않겠다. 육상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리고 법정공방을 이어갔다. 세메냐는 CAS의 결정에 반발하며 5월 30일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재판에 돌입하기 전, 세메냐에게 유리한 해석을 했다. IAAF는 즉각 반발했다.
IAAF는 성명서에서 "우리 연맹은 인권을 존중한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IAAF가 소명하면 심리를 진행한다.
세메냐와 IAAF의 법정공방은 1년 넘게 이어질 전망이다. 스위스 연방법원이 IAAF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메냐는 재판을 진행하는 1년 사이에 열리는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9월 27∼10월 6일), 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자신의 주 종목인 800m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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