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체납에 칼 빼든 정부…감치제도 도입하고 운전면허 정지
재산은닉 혐의 체납자엔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
정부,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정수연 기자 = 정부가 악의적으로 재산을 빼돌리면서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상습 체납자를 최장 30일간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제도를 도입하는 등 강력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정부가 5일 국정현안점검회의를 통해 확정한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은 체납자 감치제도 도입과 출국금지 확대, 체납자 재산조회 대상 확대, 자동차세 상습체납자 운전면허 정지 등으로 요약된다.
작년 국세청에 대한 국감에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은 총 102조6022억원이지만 징수실적은 1조1천555억원에 그쳐 징수율이 1.1%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 악의적 체납자는 30일간 유치장 신세
정부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의 국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 체납자에 대해서는 최대 30일 이내에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민사집행법, 가사소송법, 법원조직법 등에서 감치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체납자에 대해서도 감치제도를 적용한다.
국세청이 검사에게 악성 체납자에 대한 감치를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감치를 청구하고, 법원이 감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감치가 결정된 체납자는 유치장이나 교도소, 구치소에 유치된다.
국세청은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했고 체납 발생일부터 각 1년이 지났으며 체납 국세의 합계가 1억원 이상인 체납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고,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감치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 감치된다.
체납자의 신체 자유가 제약되는 점 등을 감안해 감치 전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동일한 체납사실로 인해 2번 이상 감치되지 않게 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출국금지 대상인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미발급자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즉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국세청이 원활하게 관련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관 간 전산시스템도 구축된다.
국세청은 출국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형태, 소비지출, 재산현황 등 생활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재산은닉 혐의가 있는 악의적 체납자는 적극적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 체납자 재산조회 범위도 확대
5천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를 할 수 있게 된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체납자 본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만 허용하고 있어 과세당국이 체납자 재산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악의적 체납자를 정교하게 추출하고, 위장전입한 체납자 추적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실거주지 분석 모형'을 활용할 방침이다.
고가 주택 거주자와 고급 자동차 보유자 등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를 중점 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수색을 강화하고, 체납자 본인뿐만 아니라 조력자까지 처벌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관세 체납자나 명단이 공개된 국세 체납자에 대해서는 여행자 휴대품, 해외 직구물품 등을 집중 검사하고, 체납자가 남의 명의로 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인명의 수입 추적시스템'을 개발한다.
체납자들이 건강보험이나 복지급여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국세청과 논의해 은닉재산이 발견된 체납자가 복지급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등 벌칙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체납자가 정부포상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포상 후보자 추천기관은 후보자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포상을 추진하도록 정부포상 업무지침이 개정된다.
◇ 자동차세 상습 체납자는 면허정지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에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자동차세 10회 이상 체납자는 11만5천명으로, 자동차세 납세자 1천613만8천명의 0.71%에 해당한다.
단, 지자체가 경찰서에 운전면허 정지 요청을 하는 경우 납세자보호관이 참여하는 '지방세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하는 방식으로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한다.
지방세심의위원회는 지방세 이의신청, 체납자명단 공개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설치되는 기구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말까지 지방세법을 개정해 운전면허 정지요청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20년 체납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말까지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국세와 관세에만 제공되는 금융정보분석원의 특정금융거래정보를 지방세 탈루혐의 확인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특정금융거래정보는 금융거래를 이용한 돈세탁 행위 등을 규제하기 위한 금융거래 정보다.
지방세 분야에 특정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지방세 탈루 행위를 추적하고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환수하는 것이 더욱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지방세 체납자의 입출금 주기를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금융재산을 압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방안은 전산시스템 정비를 거쳐 2021년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전국에 분산된 지방세 고액 체납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방세조합'이 설립된다.
현재 지자체별로 징수체계가 다르고 상당수 고액 체납자는 2개 이상 시도에 재산을 분산해 놓아 명단공개, 출국금지, 금융거래정보 조회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기본법, 지방세징수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하고 2020년 말까지는 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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