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전 남편 살해' 30대 약독물 검사·프로파일러 투입

입력 2019-06-04 19:36
제주경찰, '전 남편 살해' 30대 약독물 검사·프로파일러 투입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등 검색, 흉기 사전 준비 계획범행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살인부터 시신 유기까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모(36)씨가 범행 전 흉기를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고씨가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오고 나서 범행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하기 전,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미리 준비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해 고씨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기 전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등을 다수 검색한 것도 확인했다.

고씨가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파악됐다.

고씨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이미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강씨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꾸몄다.

경찰은 펜션 내부에서 살인과 훼손이 모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숙소 내부 혈흔 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 6명을 투입했다.

피해자는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씨는 키 160cm, 몸무게 50kg 가량으로 체격 차이가 컸다.

이에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약독물 검사를 해 독물 투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해당 펜션 내부에는 모형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또 프로파일러 5명이 고씨를 면담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흉기를 이용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강씨의 시신을 해상과 육지 등에 나눠 최소 3곳에 유기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가 지난달 28일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이용한 완도행 여객선에서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여객선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구체적인 개수 등은 식별이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씨는 배를 타기 2시간여 전에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과 여행 가방, 비닐장갑, 화장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씨가 해당 마트에서 구입한 종량제봉투에 훼손한 피해자 시신을 담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고씨 행적을 추적해 지난달 말께 아버지 자택이 있는 경기도 김포시 일대에서 배에서 버린 것과 유사한 물체를 버린 정황도 포착해, 경찰 1개 팀을 파견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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