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의 기원, 시조새 출현보다 1억년 더 거슬러 올라가

입력 2019-06-04 16:02
'깃털'의 기원, 시조새 출현보다 1억년 더 거슬러 올라가

약 2억5천만년 전…파충류 비늘·새 깃털·포유류 털 게놈 네트워크 같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깃털은 새의 상징이 돼 있지만 새의 조상인 시조새가 출현하기 1억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 부문 마이크 벤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생물학과 분자발달 생물학 정보를 분석해 얻은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생태 및 진화 흐름(Trends in Ecology & Evolution)' 최신호에 실었다.

현재 '가장 오래된 새' 타이틀은 중국에서 약간 더 오래된 새로운 종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1861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의 채석장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된 '아르카이오프테릭스(Archaeopteryx)'라는 시조새가 갖고 있다.

시조새는 잔털과 긴 날개털 등 다양한 깃털을 이미 갖고 있었으며, 그 시기는 쥐라기 말기인 약 1억5천만년 전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1994년 이후 중국에서 깃털을 가진 공룡이 다수 발굴되면서 깃털의 기원은 자연스럽게 이 공룡들의 기원을 따라 2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때만 해도 동식물의 진화를 나타내는 '계통수(evolutionary tree)'에서 새와 가까운 공룡만 깃털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에서 '쿨린다드로메우스(Kulindadromeus)'라는 새로운 공룡종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또 바뀌게 됐다. 보존 상태가 양호했던 이 공룡 화석의 다리와 꼬리 피부에서는 비늘이 발견되고, 온몸 곳곳에서 깃털을 닮은 수염같은 털이 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쿨린다드로메우스는 계통수 상 새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이 때문에 공룡이 처음부터 깃털을 갖고 있었을 수 있다는 추론이 나왔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에서 발굴된 하늘을 나는 파충류 '프테로사우르스(Pterosaurs·익룡)' 화석 2종을 통해 털이 한 가닥이 아니라 끝이 갈라져 있는 잔털과 다발로 돼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깃털의 기원은 계통수에서 더 깊이 들어가게 됐다.

연구팀은 새의 깃털 발달을 통제하는 유전자에 관한 연구를 통해 파충류의 비늘과 새의 깃털, 포유류의 털 등을 관장하는 게놈 네트워크가 같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리나 목 등에 비늘을 가진 닭이 종종 있는 것은 깃털이었던 부분이 비늘로 바뀐 역사례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깃털의 기원은 적어도 2억5천만년 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벤튼 교수는 프테로사우루스와 공룡 등이 출현한 시점은 트라이아스기 초기로 새로운 생물종이 다양한 진화를 하며 대멸종에서 회복해 가던 시기였다면서 "포유류의 조상도 이때 털을 갖게 됐으며 공룡과 프테로사우르스 역시 깃털을 가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깃털은 처음에는 생리와 생태적 적응을 돕기위해 순전히 절연을 목적으로 생겼으며, 과시나 비행 등과 같은 다른 기능은 훨씬 뒤에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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