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미선이·효순이 영원히 기억되길…위로의 굿 의식
양주 효순·미선평화공원 착공 앞두고 미군추모비 이전식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불쌍허라. 불쌍허라. 나비처럼 날아보자."
4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양주시 효촌리 효순미선평화공원이 조성될 언덕바지에서는 17년 전 이 언덕 아래 도로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열네살 여중생 심미선·신효순 양의 넋을 달래는 굿 소리가 울려 퍼졌다.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는 오는 13일인 두 여중생의 17주기에 맞춰 진행될 효순미선평화공원 착공식을 앞두고 이날 미군 추모비 이전식과 '터열기' 의식을 거행했다.
고지형 남해안별신굿 여수지부장이 이끈 굿 의식은 넋모심, 길닦음, 당산맞이, 넋올리기의 순서로 진행됐다.
미군 추모비 앞에 마련된 제상 위에는 미선·효순 양이 좋아했던 과자들이 수박, 사과, 배 등 제수 과일과 함께 올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향을 피우고 술을 대신해 음료수 캔을 올렸다. 이날 따라 바람이 많이 불어 촛불이 자꾸 꺼졌다.
이내 눈시울이 촉촉해진 신 씨는 "부모 돌아가신 거랑 자식 먼저 보낸 거랑 어찌 비할 수 있겠냐"면서 "마음이 편치 않으나 우리를 대신해 행사를 준비해준 사람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심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건강 문제로 현장에 나와보지 못했다.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박석분 집행위원장은 "오늘 아침 (심씨가) 갑자기 몸이 편치 않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유월이 되면 늘 아프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공원이 조성되면 사고현장을 보존하고 안정적인 추모공간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상호 평등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리의 염원을 상징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시민 기금으로 매입한 이곳 부지에 효순미선평화공원이 착공하면 미군 추모비는 공원 안쪽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측은 미군 장병들이 상시적으로 두 여중생을 추모하고 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높일 수 있도록 미2사단 영내로 추모비를 이전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또 추모비에 새겨진 '미2사단' 글씨가 심하게 훼손되는 등 관리 소홀의 문제도 있었으나 미군 측은 추모비의 소유권이 유족에게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여중생은 2002년 6월 13일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운전한 미군 병사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불러와 전국적인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17주기 추모제와 효순미선평화공원 착공식은 오는 13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유가족,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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