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靑수사외압 없었다…경찰, 김학의 내정 전 내사 착수"

입력 2019-06-04 12:32
수정 2019-06-04 15:52
검찰 "靑수사외압 없었다…경찰, 김학의 내정 전 내사 착수"

경찰 "3월 19일 동영상 입수" 주장에 검찰 "3월 초 동영상 확보·내사 착수"

김학의 수사 관련 경찰 부당 인사·질책 의혹도 "근거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검찰이 4일 2013년 '김학의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외압 의혹을 인정하지 않은 핵심 근거는 경찰이 '별장 동영상' 등을 확보해놓고서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경찰 수사 라인은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했으나 묵살·방해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으나, 검찰은 당시 경찰이 사실상 내사에 착수했음에도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내사·수사 단계가 아니다'라며 청와대에 허위보고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6년만에 구속기소…곽상도 무혐의 / 연합뉴스 (Yonhapnews)

김학의 사건을 수사해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중희 변호사(전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경찰의 최초 수사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곽 의원과 이 변호사를 수사 권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경찰이 대전고검장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 전 차관을 내사하자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경찰을 질책하고 수사 지휘라인을 좌천시켰다는 내용이 의혹의 골자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김 전 차관이 취임 엿새 만에 사퇴하자 청와대가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군 대령이던 김 전 차관 부친과의 관계 때문에 당시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각별히 챙겼다는 의혹 등도 뒤따랐다.

수사의 쟁점은 경찰이 별장 동영상을 최초 확보한 시점과 내사 착수 시점이었다.

경찰에서는 그간 3월 18일 내사에 착수하고 이튿날인 3월 19일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주장해왔다. 동영상은 뒤늦게 확보했지만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는 첩보는 청와대에 수차례 보고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곽 의원 측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사 검증 단계에서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가 없다'며 거짓 보고를 했고, 이어진 경찰 인사는 허위보고에 대한 문책이었다며 반박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 측이 주장하는 시점보다 이른 2013년 3월 초 이미 경찰의 동영상 확보와 내사착수가 이뤄진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경찰청 범죄정보과 소속 팀장 A씨는 3월 3일 이전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전 내연녀 권모씨가 갖고 있던 별장 동영상을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영상 열람 직후인 3월 4~8일 3회에 걸쳐 동영상 내용이 포함된 총 34쪽 분량의 '피해상황 진술서를 이메일로 받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경찰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 진술서를 받은 시점부터 내사라고 판단한다"며 "경찰은 김 전 차관 내정 당일까지도 동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등 부실한 보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곽 의원이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을 감정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청와대 행정관을 보내 감정 결과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개입 목적 등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국과수 관계자들이 감정 결과를 경찰에 이미 알린 상태였고, 청와대 요청에 따라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감정 결과를 설명해 준 것이라는 진술 등이 근거가 됐다.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를 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통상적 인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이 꾸려진 지 한 달 만에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전보됐고, 이세민 수사기획관은 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으로 이동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경찰청 인사 관여자들은 인사 시기, 규모, 대상, 전보지 등에 비춰 부당한 인사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의 근거로 삼은 경찰 주장 등도 잘못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에서 '경찰 질책 및 수사외압이 있었음을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던 당시 청와대 근무자 역시 검찰 조사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경찰청 수사팀 및 지휘라인에 있던 경찰들도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등 외부로부터 질책이나 부당한 요구, 지시, 간섭 등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민정수석이 경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직권을 가졌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국과수에 행정관을 보낸 행위 등은 정당한 직무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찰뿐 아니라 곽 의원 측도 부인하지 않은 '문책성 인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통상적 인사'라는 결론을 내린 점 등을 놓고는 당시 수사라인 관계자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의 여지를 남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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