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결 학원비 인상해야"…세종시의원 행정감사 발언 논란

입력 2019-06-04 11:53
"7년 동결 학원비 인상해야"…세종시의원 행정감사 발언 논란

"세종은 경제적 여유 있다…물가 상승 반영 안 하는 것 직무유기"



(세종=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최근까지 학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의원이 세종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학원비 인상을 주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시의원은 학원비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교육 당국의 직무유기인 데다, 학원비 상승을 억제하다 보니 불법 고액 과외가 성행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4일 세종시의회 등에 따르면 교육안전위원회 소속 박용희(자유한국당·비례) 의원은 지난달 31일 세종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2012년 세종시교육청이 출범하고 현재까지 학원비 분당 단가가 동결된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동결된 상황으로 둘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지역 초등·중학생 대상 학원교습비는 분당 130원, 고등학생은 분당 145원인데 다른 시·도는 200원 안팎"이라며 "세종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산다고 볼 수 있는데, 사교육비를 지나치게 억제하면 학원이 도산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더 큰 문제는 불법과 연결되는 개인과외 쪽으로 (학생들이)학원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며 "비현실적인 분당 단가를 유지하면서 불법 사례를 만들어 내고, 건강하지 못한 사교육 현장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나치게 억제하고 동결하는 분당 단가를 조정할 때가 왔다"며 "공무원도 해마다 임금협상을 하고 해마다 물가가 오르는데, 교육청이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김보엽 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은 "대부분 시·도에서도 동결하는 상황이고 학원교습비를 현실화하면 학원 종사자에게는 좋겠지만 그 반대로 학부모에게는 부담이 된다"며 "다만 개별 업소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생겨 조정 신청하면 교습 조정 위원회 심의를 통해 타당성이 있을 경우 일부 반영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 5년여 동안 보습학원과 논술학원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지역 학원 관계자 연수 예산을 지난해 1천만원에서 올해 2천만원으로 증액했다.

윤영상 참교육학부모회 세종지부 대표는 "시의원이 행정 사무감사 자리에서 학원 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학부모와 학원연합회, 교육청이 모여 논의하는 교습비조정위원회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의원이 나서서 발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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