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협상 막판 진통…여야 '패스트트랙 처리방향' 대치(종합)

입력 2019-06-04 17:00
국회 정상화 협상 막판 진통…여야 '패스트트랙 처리방향' 대치(종합)

與, '패스트트랙 합의 노력→합의처리 원칙' 수정 제안…협상 돌파구 주목

민주당 "한국당은 민생포기당" vs 한국당 "청와대가 나설수록 국회 꼬여"

文대통령-여야대표 회동 기싸움…靑 '5당→일대일' vs 한국 '3당→일대일'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은정 기자 = 여야는 4일 국회 정상화 선결 조건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6월 임시국회 가동을 비롯한 국회 정상화의 최대 쟁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처리 방향이다.

그동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각각 '합의처리 노력', '합의처리'를 고수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합의처리 원칙'이라는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각종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한국당의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거듭 압박했다.

한국당의 비협조로 산더미로 쌓인 민생 현안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여론전을 강화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을 '민생포기당'이라고 규정하며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민생 지원을 위한 국회 복귀와 조속한 추경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만 수용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고수한 '합의처리 노력'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회의에서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한국당이) 가능성만 열면 민주당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또는 민주당 단독의 6월 국회 소집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를 여는 것에 동의하는 정당들만이라도 국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꽤 있다"며 "그것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끝까지 합의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 파행과 정국 경색의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며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의 '강한 입김' 때문에 여당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겉돌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추경 등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점을 거론, "정국이 교통체증을 겪는 이유는 날치기 선거법 사고, 공수처 강행 사고 등 문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청와대를 갈등 제조기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청와대가 나설수록 국회가 꼬이기 때문에 국회가 제대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지도부를 청와대가 놓아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청와대가) 여야 협상 중에 정말 여당에 많은 재량권을 주는 게 필요하다"며 "여당을 여당답게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이 협상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것에 불쾌감도 드러냈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한 민주당의 수정 제안에 대해 "(연락받은 것은) 전혀 없다"며 "제안을 저에게 해야지 왜 언론에 하느냐, 진정성이 없어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중재역'을 강조하면서 거대 양당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고 민주당은 최대한 포용력을 발휘해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선거법 개정안은 '합의처리', 사법개혁 법안들은 '합의처리 노력'으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바른미래당은 부인했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그런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국회 정상화를 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논할 문제"라며 중재안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회동 형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이 경색 정국을 타개할 방안으로 다시 거론됐다.

청와대가 최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 및 '문 대통령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회동' 동시 추진을 새롭게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데 이어 '동시 회담'의 날짜로 '7일 오후'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후 '문 대통령-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회담'을 역제안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기본적으로 일대일 회담을 원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3당 원내교섭단체 회동 직후 일대일 대화까지는 용인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 정당을 뺀 회동이 논의 구도상 한국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평화당과 정의당을 뺀 3당 대표 회동에는 부정적이어서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이 9일 북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하는 만큼 청와대가 회담 날짜로 제시한 7일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국회 파행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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