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점은 선구작, 현위치는 모방작…'아스달 연대기'
화제성 확보 속 국내외 평가는 상반…"곧 본격 대립구도, 기대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국내 최초의 실험이자 도전인 것은 맞지만 이미 눈높이가 '세계'에 맞춰진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tvN과 스튜디오드래곤의 명운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신작 '아스달 연대기'가 5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5월 다섯째 주(5월 27~6월 2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 집계에서 3위로 진입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화제성과 별개로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평가와 함께 제작사의 주가도 요동치며 대작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팎에 전달하고 있다.
◇ 모방 흔적 곳곳에…"체계적이지 못한 짜깁기" 혹평도
회당 25억~30억원으로 알려진 제작비에 장동건·송중기·김지원·김옥빈 등 호화캐스팅, 그리고 국내 고대사를 다루겠다는 시도에 업계는 물론 대중의 이목도 집중됐다.
다만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2회까지 방송된 현시점에서 호평보다는 혹평이 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2회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부터 영화 '아바타', '아포칼립토', 국내 드라마 '태왕사신기',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등 많은 작품을 모방 또는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어느 정도 모방을 하더라도 큰 줄기 아래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재창조'로 평가받을 수 있었겠지만, 초반 방송분으로 봐서는 여러 작품이 어지럽게 뒤섞인 '혼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게 주된 평이다.
참고할 만한 국내 전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각종 종족과 부족부터 지리, 언어, 의상 등 모든 것을 새로 창조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작진은 새녘족, 흰산족, 해족, 그리고 뇌안탈과 와한족 등과 독특한 지명, 생활양식, 신념 등을 소개하는 데 초반 주력했다. 작품과 광고가 끝난 후에 곁들인 '쿠키 영상'을 통해 추가 설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모든 것을 콘셉트와 전제를 설명하고 극을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극의 전개를 오히려 어지럽게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아직 낯선 김원석표 '동적 연출'…초반 흡입력 부족
김원석 PD는 아직 시청자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는 연출자다. '미생'부터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 그의 손을 거친 모든 작품이 남다른 섬세함과 감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김 PD로서도 도전성이 큰 작품이다. 전작들을 보면 정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연출에서 강점을 발휘한 그인데, 이번 작품은 스케일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역동성도 강한 장르라 그의 새로운 연출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이 든든한 지원군이긴 하지만, 2회까지 방송된 상황에서 초반 연출은 흡입력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김 PD 역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거로 생각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아프니까"라고 '미생'의 대사를 인용했다. 이후 그는 다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물론 고대사극인 만큼 연출도 연출이지만 결국 대본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선덕여왕'부터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까지 사극에서 안정된 집필력을 보여준 두 작가에게도 이번 작품은 리스크를 가득 실은 실험이다.
다만 완전히 창작된 스토리라는 점이 오히려 제작진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고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는 방식이 아닌, 초반부터 모든 것을 주입하듯 설명하는 방식이 적지 않은 시청자에게 부담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 역시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꼽힌 라가즈(유태오 분)-아사혼(추자현)의 이야기로부터 자연스럽게 부족 간 갈등으로 풀어나갔다면 더 몰입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 국내외 반응 "여러 작품 모방" vs "흥미로워"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되는 만큼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청자 반응도 다양하다.
K팝 뉴스 사이트 'KBIZOOM'은 장동건, 김옥빈, 추자현이 맡은 각각의 인물이 '왕좌의 게임' 속 인물들과 닮았으며, 두 작품의 포스터에서 캐릭터들의 배치도 비슷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홍콩 신문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왕좌의 게임'뿐만 아니라 중국의 '연희공략' 같은 역사 드라마도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필리핀 온라인뉴스 사이트 '래플러'는 "등장인물들의 의상과 촬영법까지 ('왕좌의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아스달 연대기'가 모방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이 작품은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특색이 있어 시대극을 좋아하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라고 호평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해 다루는 웹사이트 숨피에 달린 댓글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Aunt******'는 "선악이 분명한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와 달라 흥미로웠다. 다만 부족들 사이 의상에 더 많은 차이가 있었다면 차별화가 더 쉬웠을 것이다. 어린 시청 층이 좋아할 드라마"라고 평했다.
반면, 'kans*****'는 "의상, 컴퓨터 그래픽(CG), 세트 등 전반적인 프로덕션이 어색하고 비현실적이라 설득력이 없다. '왕좌의 게임'을 본 세계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프로덕션 질을 사들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는 좀 더 혹평이 많은 상황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소재를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다"(네이버 아이디 'idye****')는 응원의 글도 있지만, "수백억 원이 들어간 드라마의 CG 기술에 그에 걸맞지 않고,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건 알겠는데 스토리도 집중이 안 된다"('무**')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6만원대에서 요동치고 있다. 연초 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아스달 연대기'의 성공은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인 셈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3, 4회에서는 은섬(송중기)이 연맹장 산웅(김의성)을 붙잡아 와한족과 교환할 계획으로 아스달을 향한다"라며 "은섬과 타곤(장동건)의 본격 대립이 시작되며, 거대 권력을 향한 은섬의 고군분투가 펼쳐지니 기대해 달라"라고 지속적인 시청을 당부했다.
'아스달 연대기' 시청률은 1회 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2회 7.3%를 기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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