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피서1번지]② 9년째 자리 못 잡은 '해운대 스마트비치'

입력 2019-06-05 08:55
수정 2019-06-05 11:05
[부끄러운 피서1번지]② 9년째 자리 못 잡은 '해운대 스마트비치'

현금 장사에 수익 불투명, 스마트비치 업체에 상업광고 허용 논란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조정호 기자 =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2011년부터 '스마트비치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스마트비치는 해수욕장에서 파라솔, 비치 베드, 튜브 등 피서 용품을 대여하거나 탈의실(샤워장)을 사용할 때 현금을 받는 대신 전자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손님 편의를 위해 대여 업자가 현금으로 요금을 받더라도 현금영수증 발행 등 스마트비치 시스템상 현금 결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갖춰져 있다.

해양수산부 비치 어댑터 프로그램 계획에 따라 시행된 것으로 해수욕장 파라솔 임대 단체 등 위탁 운영 업체의 '수익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 "싸게 줄게" 현금 장사 만연한 해변

하지만 파라솔 임대업자들이 스마트비치 시스템을 회피해 피서객에게 현금을 받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현금 장사'를 문제 삼는 스마트비치 시스템 관리 직원과 파라솔 대여 업자 간에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파라솔 임대사업을 하는 단체 직원이었던 A씨는 "현금을 챙기면 좋다는 인식 때문에 조금 더 싼 가격을 제시해서라도 현금 결제를 유도하기도 한다"면서 "성수기에는 현금이 막 들어오다 보니 알바생들이 5만원짜리 몇장 집어가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허술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비치 시스템 도입 취지가 운영자들의 편법 현금 장사에 무력화되는 것이다.

해운대구가 초반에는 스마트비치 시스템 정착과 활용 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최근 몇년간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구청 허가 아래 '상업광고 버젓' 논란

구가 '스마트비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운영업체에 공공재인 해수욕장에서 상업광고를 하도록 허용해 운영비를 회수하도록 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간업체인 I사는 무인발권기와 전자발권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40억원 상당 장비를 투입했다.

구는 I사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피서철에 한해 노천카페와 편의점, 상업광고가 가능한 프로모션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공재인 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광고판을 봐야 했던 이유다.

해운대구 한 관계자는 "허가받지 않은 상업광고는 불법이지만, I사 광고는 허가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사는 스마트비치 사업 이외에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이벤트광장에 대기업 제품 광고판을 세우거나 맥주 광고를 유치해 시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운대구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I 업체에 운영비를 예산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면서 "해수욕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프로모션 등을 허용하며 상업화된 측면이 있지만, 사회 통념상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고 예산을 아낄 수 있는 범위에서 허가했다"고 말했다.



I사 측도 해운대구가 엉터리 수익 보장 방식을 제시하는 바람에 손해가 오히려 큰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I사 관계자는 "구가 해수욕장에서 상업광고를 유치해서 수익을 챙겨가는 구조를 만들어 업종이 전혀 다른 광고기획사업도 하고 있다"면서 "투자비 회수를 위해 파라솔과 튜브에 상업광고를 유치하려고 파라솔 튜브 제작비까지 떠안은 상태"라고 말했다.

◇ "현금 장사 적발 삼진 아웃 도입"

해운대구는 올해부터 스마트비치 시스템의 제대로 된 정착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피서 용품 대여 업자들이 피서객과 현금 거래를 하고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피서 용품 대여 결제 기능을 매표소로 단일화했다.

상인이 대여소에서 현금 결제를 하다가 적발되면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비치 운영업체가 해변에서 상업광고를 하는 것도 대폭 줄이는 것으로 협약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스마트비치 운영업체와 협약서를 재조정해 기존에 부여했던 관리운영 권한 70% 정도를 삭제했다"면서 "내년부터는 스마트비치 운영사를 완전 입찰 방식으로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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