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집'…현실은?

입력 2019-06-03 18:06
수정 2019-06-04 09:11
[팩트체크]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집'…현실은?

전체 가구 2% 거주·수도권에 95% 밀집…12평 이하 소형이 대부분

"침수 피해 주택 80∼90% 이상이 반지하"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임하은 인턴기자 =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영화 속 기택(송강호)네가 사는 반지하 집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를 본 관객 일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 관람평을 남기면서 '실제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영화와 비슷한지 궁금하다' '영화 설정이 다소 극단적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택의 위치상 건물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높이가 해당 층의 50%가 되지 않으면 반지하, 50% 이상이면 지하층으로 정의한다. 반지하 주택은 1960∼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수도권 인구가 폭증함에 따라 주택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고, 건축법 개정에 따라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도입되면서 확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 제작진은 서울 시내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과 재개발 구역을 주로 참고해 기택네 집과 그 동네를 세트로 제작했다고 한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개발·오랜 다세대 주택 등) 그곳에서 찍은 사진과 대학 때 잠시 자취했던 반지하를 떠올리면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잣집과 반대되는 반지하 집, 비가 오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높은 곳의 부자 동네와 낮은 곳의 반지하 동네의 대비가 가장 중요한 콘셉트였다"고 말했다.

'기생충' 2차 예고편

영화 속 기택네 집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서울 어느 낙후한 동네에 자리한 것으로 설정됐다.

기택네처럼 반지하에 사는 가구는 전체 2%(2017년 국토교통부 주택실태조사 기준)로 그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있는 게 사실이다.

전체 반지하 주택 60%가 서울에 있으며, 이 수치는 수도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95%에 이른다. 지하 주택은 전국에서 0.2% 수준인데, 그 절반이 각각 서울과 경기에 몰려있다.

반지하 주택은 대부분 소형으로 60%가 전용면적 40㎡(약 12평) 이하고, 40∼50㎡(약 12∼15평)가 20%, 50∼60㎡(약 15∼18평)가 10%, 60∼85㎡(약 18∼26평)가 5%다. 이 규모 이상을 넘어서는 반지하 주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 대부분이 기택네처럼 저소득층이다. 경상소득을 10개 구간으로 나눴을 때 하위 40%(1∼4분위)가 전체 반지하 거주 가구의 70%를 구성한다.

이들 주택은 빛이 잘 들지 않는 데다 습도가 높고, 환기·방음 등이 잘 안 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또한 물난리와 같은 침수 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서울시는 침수 피해 주택 80∼90% 이상이 반지하 또는 지하 주택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2017년에 서울시 주택침수 세대는 모두 23세대였는데, 이중 단 한세대를 제외한 22세대가 반지하·지하 주택이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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