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사장 컴퓨터까지 뒤져 '분식회계 자료' 삭제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증거인멸 주도…직원 휴대폰 '공장 초기화'도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 두 차례 뜯어 컴퓨터·서버 은닉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사장)가 쓰는 컴퓨터와 휴대전화까지 철저하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거인멸 작업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들이 직접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지원TF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계열사 사장의 휴대전화를 뒤진 것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깊숙이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삼성전자 백모(54) 상무와 서모(47) 상무에 대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업지원TF가 본격적으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행정 제재, 검찰 고발 등 조치 예정 사항을 통보하며 검찰 수사가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우선 삼성그룹 전반의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 소속 서 상무와 직원들이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 공장에 들이닥쳤다.
검열 대상자로 선정된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컴퓨터를 들고 순차적으로 회의실에 가면 보안선진화TF 직원들은 'VIP·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함)·부회장·사업지원TF·미전실·상장·나스닥·합병·IPO'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발견된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이뤄졌다. 백 상무는 삭제 대상 자료 선정과 관련한 보고를 직접 받으며 "적극적으로 (자료 삭제) 키워드를 확대해보자"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부실 공시가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의결하자 자료 삭제 키워드는 '그룹·보고·옵트인·오로라·중장기·감리' 등으로 확대됐다. '오로라'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것에 대비한 프로젝트명이다.
이 과정에서 서 상무 등은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김 대표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을 영구 삭제했다. 에피스의 고한승 대표이사가 쓰던 휴대전화·컴퓨터 역시 '검열' 대상에 포함됐다.
서 상무 등은 삼성바이오 직원들의 개인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뒤 SNS·이메일·인터넷 검색 기록을 뒤져 'JY·부회장·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의 휴대전화는 공장에서 나온 상태 그대로 되돌리는 '공장 초기화'를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증선위 의결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는 백 상무가 나섰다. 백 상무는 삼성바이오 공장을 찾아가 직원 30여명의 컴퓨터·휴대전화 점검을 지휘하고, 에피스에서도 30여명의 컴퓨터·휴대전화를 점검해 자료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은 삼성바이오는 공장 바닥을 두 차례 뜯어 서버를 은닉했다.
먼저 지난해 5월 업무용 컴퓨터·노트북 20대를 3공장 1층 회의실 바닥 장판을 걷어낸 뒤 합판을 들어 올려 그 아래 공간에 숨겼다. 사업지원TF가 더 철저히 자료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같은 해 6월에는 1공장 6층 통신실 바닥 타일을 흡착기로 들어 올린 뒤 타일 아래 공간에 서버를 집어넣고 덮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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