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법인분할 후폭풍…노사 소송전으로 2라운드
회사, 손해배상 소송 착수 vs 노조, 주총 무효 소송 예고
임단협 상견례 이후 중단 상태…노사 관계 '시계 제로'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현대중공업이 주주총회를 거쳐 법인분할(물적분할) 되면서 노사 대립이 소송전으로 옮아붙는 모양새다.
상견례 이후 중단된 올해 임금협상은 주총 소송이 겹치면서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 현대중, 손배소송 절차 돌입…노조, 주총 원천 무효 소송 진행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지난달 27∼31일 주총 예정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총 개최를 방해한 것과 관련해 법원에 간접강제금 집행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회사는 앞서 울산지법에 노조를 상대로 주총 방해 금지(영업)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노조가 주총 방해 시 1회당 5천만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금지 행위는 주총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오전 8시부터 한마음회관 내 예술관에 주주들 출입을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 측 인력 출입을 막는 행위 등이다.
재판부는 이번 주총 과정에서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주 입장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사 측이 강제금 집행을 신청하면 노조 위법 행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쇠사슬로 몸 묶고 현대중 실사단 진입 막아…오후 진입 시도할 듯 / 연합뉴스 (Yonhapnews)
회사는 이와 별도로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면서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각종 기물을 파손한 행위에 대해 노조 간부와 조합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주총 장소가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돼 조합원들이 빠져나간 한마음회관은 극장 420개 의자 가운데 100개가량이 뜯겨 나가고, 폐쇄회로(CC)TV 10여 개가 파손됐다.
회사는 노조가 점거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피해를 종합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또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 역시 조합원들이 창문과 유리문, 벽 등을 파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이에 앞서 노조가 서울사무소와 울산 본사 본관 점거, 파업 과정에서 회사 생산 차질을 유발하고 회사 직원들을 폭행한 책임을 물어 60여 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이번 주총 원천 무효 소송을 제기한다.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법률원을 통해 소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총장 변경 과정에서 회사가 주주들에게 장소와 시간 변경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변경 장소까지 주주들이 이동할 충분한 여유가 없었다고 본다.
노조는 또 본관 진입 시도 등 과정에서 사측과 충돌해 조합원 역시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보고 사측 보안팀 등을 상대로 소송할 방침이다.
◇ 꽉 막힌 노사 관계…임협 교섭 개최 안갯속
노사 모두 이번 주총 과정을 두고 소송에 착수하면서 노사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당장 올해 임금협상부터 안갯속이다.
노사는 지난달 2일 상견례 이후 2차례 만났지만, 사측 교섭위원 자격 문제를 두고 입장차이를 보여 실제 교섭은 열리지 않았다.
이후 흐름이 법인분할 주총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한 달 넘게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지 못했다.
주총 후 노사 간 소송 예고 등으로 당분간 교착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교섭이 재개돼도 난제가 산더미다.
소송 취하 등이 카드로 작용해 노사가 교섭을 풀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회사는 이번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반면, 그동안 주총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드러낸 고용 위기, 근로 조건 후퇴 등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합원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주총 투쟁 과정에서 모인 조합원들 투쟁력을 유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무효 투쟁을 벌이겠다"며 "사측과 교섭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3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4일 7시간, 5일 4시간, 7일 2시간 부분파업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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