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中 중소기업 '죽을 맛'…베트남 경제특구는 '호황'

입력 2019-06-03 11:23
무역전쟁에 中 중소기업 '죽을 맛'…베트남 경제특구는 '호황'

화웨이 제재 등에 중국 내 부품업체 큰 타격…"생존 위협 상황"

베트남 공단은 中 기업들 잇따른 생산기지 이전으로 호황 누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베트남 내 경제특구는 중국 기업의 잇따른 이전으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후 구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잇달아 화웨이에 대한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이제 그 불똥은 중국 내 화웨이 부품업체 등으로 튀고 있다.

대기업인 화웨이는 1년 치 부품을 미리 사놓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무역전쟁에 대비한 데다 탄탄한 자금력과 고객 기반을 갖춰 미국 정부의 제재에도 당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하지만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미국으로 IT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등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대기업보다 자금력이 훨씬 약한 데다 현금흐름도 원활하지 못해 제품 주문이 줄어들거나 끊길 경우 수개월 내 파산이나 조업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버틸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화웨이에 무선 충전기 등을 공급하는 중국 상하이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확대한다면 우리는 더는 생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측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제재로 영향을 받는 화웨이 협력업체는 1천200여 곳에 달한다.

구글이 이미 판매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서비스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화웨이의 최신 'P30' 스마트폰을 산 일부 중국 소비자들은 서비스 중단을 우려해 온라인에서 이를 헐값에 팔아치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으로 충전기와 어댑터를 수출하는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가 받는 주문량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며 "한두 달 더 지난다면 일감 자체가 모두 바닥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 내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처지에 내몰렸지만, 베트남 내 경제특구는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국 선전(深천<土+川>)시가 베트남 북동부 하이퐁 지역에서 운영하는 중·베트남 경제무역협력구를 들 수 있다.

중국 선전시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이 경제특구는 지난해 초까지 입주한 중국 기업이 5곳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후 전자부품·기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이곳으로 이전한 중국 기업은 무려 16곳에 달한다.

이곳에 공장에 세우기를 원하는 중국 기업의 수도 지난해 7월 무역전쟁 개시 전보다 8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당 75∼80달러였던 경제특구 내 토지 가격은 불과 수개월 새에 ㎡당 90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경제특구 측은 현재 1천500명가량인 공단 내 입주 기업의 고용 인력을 2022년까지 3만 명으로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았다.

세계 최대 소비자용 와이파이 네트워킹 기기 제조업체인 'TP-링크'는 올해 7월부터 이곳에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며, 향후 생산라인 확장을 위해 14만㎡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해 놓았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급증한 167억 달러에 달한다.

SCMP는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등 무역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