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빛내는 아역배우들…안지호·최명빈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근 스크린에서 아역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초 개봉해 147만명을 모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는 신하균과 이광수의 연기 호흡과 함께 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안지호, 김현빈의 활약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지체 장애를 지닌 어린 세하 역을 맡은 안지호(15)는 단호한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안지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보희와 녹양'(안주영 감독)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모든 것이 두렵고 소심한 중학생 보희와 당찬 성격의 녹양이 죽은 줄만 알았던 보희의 아버지를 찾아 나서면서 세상과 인생에 대해 배우는 내용의 성장드라마다.
안지호는 성장통을 앓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 보희를 연기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여성 성기에 빗대 부를 때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수줍은 표정을 짓는 소년이다.
안지호는 아버지를 찾고 싶은 열망과 기대, 두려움, 상실감이 교차하는 소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부문 독립스타상을 받으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안지호는 극 중 배역과 똑같은 중학교 1학년 때 '보희와 녹양'을 찍었다. 최근 전화로 만난 안지호는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보희 성격은 실제 저와 닮았다"면서도 "그래도 저는 축구와 농구, 수영 등 각종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활동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연기를 접한 것은 12살 때다. 안지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연기학원에서 하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들었다"면서 "그때 연기를 조금 가르쳐줬는데,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뒤 오디션을 통해 영화 '궁합'에 출연했고 '가려진 시간' '신과함께-인과연' 등에 모습을 내밀며 경험을 쌓았다.
'보희와 녹양'을 찍을 당시 161㎝였던 키는 175㎝로 훌쩍 자랐다. 몸이 자란 만큼 연기에 대한 열망도, 꿈도 커졌다. 미술에도 재능 있는 그는 연기와 그림 그리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 하정우를 롤모델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꼽았다. "얼마 전 그 영화를 보다가 펑펑 울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언맨 팬이었는데, 아이언맨이 죽는 순간 다시는 못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는 "나중에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지호는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 '우리집'에도 캐스팅돼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장규성 감독)에서는 아역배우 최명빈(11)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최명빈은 계모(유선 분)의 학대로 어린 동생이 죽지만, 자신이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는 소녀 다빈을 연기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상황 변화에 따른 섬세한 연기로 관객을 마음을 흔든다.
최명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찍은 영화"라며 "처음 대본을 보고 너무 무섭고 두려울 것 같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도전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영화 속에서 계모가 딸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최명빈은 "유선 엄마가 진짜 때릴까 봐 무서웠는데, 촬영 끝나고 나서 잘 다독여주셔서 괜찮았다"고 떠올렸다.
실제 삼 남매 중 첫째인 그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동생을 뒀다. 그는 "저도 동생들이 있으니까 영화 속 동생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몰입이 잘 됐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 영화는 무겁지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면서 "이 세상 어른들과 아이들이 다 같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명빈은 Mnet 동요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키드'(2016)에 출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송승헌, 고아라 주연 드라마 '블랙'(2017)에서 고아라의 아역으로 주목받았고, 드라마 '트랩'(2019)에서는 배우 성동일의 딸 고민주로 나왔다.
최명빈은 "앞으로 김혜수 선배님처럼 카리스마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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