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美 '이스라엘 편향' 규탄…아랍권은 이란에 공세(종합)

입력 2019-06-01 18:20
이슬람권, 美 '이스라엘 편향' 규탄…아랍권은 이란에 공세(종합)

이슬람협력기구, 골란고원 등 美 입장 반대…중동평화안 난항 예상

사우디 국왕 "이란, 중동·국제 안정 위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긴급 소집한 아랍·이슬람권 정상회의가 1일(현지시간) 사우디 메카에서 폐막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이번 회의에는 이슬람협력기구(OIC), 아랍연맹, 걸프협력회의(GCC) 등 아랍·이슬람권의 3개 국제기구의 회원국 정상이 참가했다.

아랍연맹(22개국), GCC(6개국) 회원국은 모두 OIC에 속한다. 이란은 OIC 회원국이지만, 혈통적으로 아랍계가 아닌 탓에 아랍연맹에 가입 자격이 없다.

가장 규모가 큰 OIC 57개 회원국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이슬람권의 최우선 과제임을 확인하고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편향적인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OIC는 1일 채택된 '메카 선언'을 통해 미국이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면서 자국 대사관을 이전한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시리아 영토로 인정되는 골란고원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골란고원의 법적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도 거부한다"라고 결의했다.

또 "OIC는 팔레스타인이 빼앗길 수 없는 주권, 자결권을 획득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1967년 이전의 영토 위에 세워진 독립국 수립을 지지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번 선언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 지원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 등을 핵심으로 하는 중동평화안을 준비하는 와중에 나왔다.

미국은 이달 25∼26일 중동 평화 관련 바레인 국제회의에서 이 중동평화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 안이 고안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주민의 의견이 배제됐다면서 반대한다.

팔레스타인에 이어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국제기구인 OIC가 미국의 친(親)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중동평화안 관련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란이 빠진 아랍권만이 모인 아랍연맹과 GCC는 이란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아랍권 정상들은 지난달 31일 낸 공동 성명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조직이 사우디 국경을 비행체로 침범해 송유시설을 공격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해(오만해)에서 상선을 공격했다"라며 "이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오만해에서 사우디, UAE 유조선 4척이 폭발물 공격을 받았고, 같은달 14일에는 예멘 반군이 무인기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송유펌프를 공격했다.

아랍권 정상들은 또 "이란의 행태는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이다"라며 "국제 사회는 중동을 불안케 하는 이란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이란에 대한 견고한 억지력이 없다면 오늘 우리가 목도하듯이 긴장이 고조된다"라며 "걸프 지역의 안정을 위해 이란의 범죄 행위에 우리 모두 협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수단을 다해 이란 정권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테러분자를 옹호하면서 국제적 수로(호르무즈 해협)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이란의 안정과 안보는 아랍·이슬람 국가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이라크와 1천400㎞의 국경을 맞대는 이란의 안보가 (아랍권의) 표적이 돼서는 안된다"라면서 이견을 보였다.

이라크는 공동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AP는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이란에 맞서 아랍권을 결속하고 이란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에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초대받지 못했지만, 이란은 정상이 빠진 별도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OIC 정상들에 보내는 온라인 서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란은 미국과 사우디가 배후로 지목한 유조선 공격, 바그다드 그린존 로켓포 포격(19일) 등 최근 벌어진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이들 국가의 정보기관이 이란을 압박하려고 공작했다고 주장한다.

아랍권의 공동 성명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지난달 31일 "일부 아랍국가 수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며 "이란을 적대하는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종속된 사우디가 중동의 여론을 움직여보려고 가망없이 노력한다는 방증이다"라고 반박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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