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北숙청·처형설 5주간 돌았지만 美관리 누구도 확인안해줘"

입력 2019-06-01 07:29
NYT "北숙청·처형설 5주간 돌았지만 美관리 누구도 확인안해줘"

"김영철, 과거 남북협상서 '코끼리 죽이는 법 아나' 물어" 일화도

AP "사실일수 있지만 과거 아닌 경우도…신중 접근할 이유"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물어 협상팀을 숙청 또는 처형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관가에서 최소 5주동안 관련 소문이 돌았다면서도 "미 관리들 누구도 소문을 확인하거나 반박할 어떤 정보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을 지낸 마이크 모렐은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인터뷰 도중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 아마 김영철(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직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오늘 들었다'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직접적 답변은 피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 미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서도 북한 협상팀 가운데 수 명이 처형됐다는 소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덧붙일 말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다음에 우리(북미)가 심각한 논의를 할 때 나의 카운터파트는 다른 사람일 것 같지만 확실하게는 모른다"며 말을 흐렸다.

일부 한국 언론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처형했으며, 대미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부위원장도 강제 노역 등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 정부 관리들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NYT는 다만 "그들(대북 전문가)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미국을 향한 외교적 접촉을 주도했던 김영철과 그의 협상팀이 밀려났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영철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북한 고위 관리의 정치적 운명이 김정은의 변덕에 어떻게 결정되고 파괴되는지에 대한 가장 최근의 예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과거 남북협상에서 김영철이 종종 남북 고위급 대표단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며 관련 일화도 소개했다. NYT는 "그는 한때 남쪽 관리들에게 '단 한발의 총격으로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다"면서 "그는 '짐승의 양쪽 눈 사이를 정확히 쏘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김 부위원장이 코끼리를 미국에 비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NYT는 김 부위원장은 미 관리들과 '최근' 협상에서는 건방진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확실히 상부로부터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협상에 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사전 협상에서 미 관리들은 김 부위원장 및 그의 협상팀과 북한의 비핵화 세부사항에 대해 진지한 협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북한 내 처형 및 혁명화 조치 보도와 관련, "사실일 수도 있다"면서도 과거 사실이 아닌 경우로 드러난 일이 있다며 "신중히 접근할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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