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열기는 어디로…예전만 못한 '프듀X'
포맷 반복되고 편집 포인트 무뎌지며 식상·밋밋
"시간 지나며 관심 떨어지는 시즌제 서바이벌의 한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엠넷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이하 '프듀X') 화력이 예전만 못하다.
시즌1, 2까지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니며 성공 가도를 달린 이 시리즈가 시즌3에선 주춤하더니 보이그룹을 뽑는 시즌4에 와서도 아직 별다른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프듀X' 2회에서 공개된 전체 연습생들의 누적투표수는 시즌2보다 7만표가량 앞섰지만, 3회에선 시즌2에 약 30만표 정도 뒤처지며 역전당하고 말았다.
갖은 기대를 모은 '프듀X'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대중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포맷의 식상함이 꼽힌다.
1년에 한 번, 똑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이 4년째 반복되다 보니 내용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어떤 스타일의 연습생이 붙고 떨어질지에 대해서도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가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과열된 시즌2 인기가 오히려 후속 시즌들엔 독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2년 전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로 과도하게 열정을 퍼붓던 '국민 프로듀서'들이 탈진해버렸고, 이러한 학습 효과로 인해 '프듀X'에 발 담그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길어진 방송 시간도 피로감을 더한다. 시즌1 당시 70분 정도 하던 방송 분량은 시즌4에 와선 회당 방송 시간이 약 2시간 반에 달한다. 밤 11시부터 보기 시작하면 새벽 1시 반에 끝나는 셈이다.
방송 시간이 길어진 건 제작진이 연습생을 골라 띄우는 소위 '피디 픽(pick)'이 공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듀X' 제작발표회 당시 안준영 PD는 "참가자 한 명 한 명을 다 못 담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어떻게든 방송에 많이 보여주고 싶은 게 제작진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이 많아지고 '악마의 편집'이 없어진 대신 프로그램은 산만해졌고 집중력과 재미는 반감됐다. 지난 4회 그룹 엑스(X) 배틀평가는 '프듀' 시리즈 전통에선 가장 재밌어야 하는 에피소드여야 했지만 '역대 최고로 지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1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든 연습생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게 목표라고 하지만, 그렇게 길게 보여주면 오히려 제대로 안 볼 확률이 높다.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보겠나"라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포맷, 제작진의 '노 터치' 편집으로 '프듀X'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부분은 참가자들의 매력이 됐다. 일부 연습생들은 방송 시작 2∼3주 만에 지하철 광고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시즌2보다 분명 빠른 속도지만, 평소 아이돌 팬이 아닌 일반 대중까지 확 끌어들일 만한 스타가 없다는 게 문제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즌2 최종우승자 강다니엘 같은 '핫 아이콘'이 현재까진 보이지 않는다"며 "'프듀X'에서 지금 주목받는 상위권 연습생들은 연습 기간이 짧은 멤버들이라, 평소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일반 대중까지 유입시킬 만한 경연 무대가 없어 '프듀X' 주목도를 확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시즌을 거듭하며 대중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건 시즌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숙명 같은 것"이라며 "'프듀' 시리즈는 여자편-남자편 번갈아 가며 방송하기 때문에 타깃층이 달라 하락세가 둔할 순 있지만, 이는 '슈퍼스타K' 등 시즌제 서바이벌들이 다 겪은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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