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수의견에 국고채 금리 급락…일제히 기준금리 하회
증권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 확산…일부는 "올해 동결" 신중론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31일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오자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9bp(1bp=0.01%) 내린 연 1.587%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 11일(연 1.508%)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년물은 연 1.682%로 5.9bp 하락해 2016년 11월 9일(연 1.67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1년물(연 1.626%)과 5년물(연 1.605%)도 각각 4.3bp, 4.6bp 내렸다. 1년물은 2017년 10월 18일(연 1.573%), 5년물은 2016년 11월 10일(연 1.5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20년물(연 1.715%), 30년물(연 1.719%), 50년물(연 1.714%)도 각각 6.0bp, 5.5bp, 5.5bp 하락 마감했다.
20년물, 30년물, 50년물은 2016년 10월 26일(각각 연 1.688%·연 1.690%·연 1.683%) 이후 최저였다.
이날 금통위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소식에 반응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확인되자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고 결국 국고채 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 이어진 만장일치 금리 동결 기조에 변화가 일어나자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 압력이 높아진 점,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한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예상시점을 올해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긴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통화당국의 경기와 물가에 대한 진단이 하방 위험을 우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향후 기준금리는 인상보다 인하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이번 금통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도 현시점에서는 추가 경정예산 같은 재정정책 쪽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커 금리가 내릴 수 있는 시기는 4분기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조동철 위원의 발언은 차후 의사록에서 확인되겠으나 5월 초 조 위원이 '저물가에 대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주장의 주요 배경은 저물가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7월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4분기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리인하 가능성이 시기상조라고 보는 신중론도 아직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 미중 불확실성 완화 가능성, 한은의 장기적인 금융안정 변수 유의 필요성 언급 등을 근거로 연내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두고 "금통위의 (인하 시사)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또 이 총재는 무역전쟁이 촉발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당분간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외 여건의 안정과 대내 경기 및 금융시장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 국고채 금리는 낮은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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