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추돌 피할 수 없었나…속속 제기되는 의문
AIS 장착·사용 법으로 의무화돼 있어…급한 상황 때 경적 울릴 수도
경찰, 크루즈 선장 체포 "인적·물적 증거로 혐의 충분" …인재 가능성 제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한국인 26명이 실종·사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가 발생 사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추돌 사고 당시 상황을 둘러싼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형가리 인터넷 뉴스포털 Index.hu는 31일(현지시간) 태만, 부주의에 의한 사고 가능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고 원인이 공식 절차를 통해 드러나야겠지만 이같은 원인에 따른 비극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 전문가들에 따르면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운항하는 바이킹 시긴 같은 크루즈선에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의 부착과 사용이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경로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장치다.
선박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방향, 속도, 심지어 선박의 이름까지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카약 같은 작은 플라스틱 배는 감지할 수 없지만 침몰한 허블레아니 정도의 유람선이라면 AIS를 통해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충돌 전 두 선박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였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두 배가 근접 거리에 있을 때는 교신하는 게 일반적이고, 교신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경적으로라도 서로 위치를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추돌 사고 전 두 배가 교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허블레아니가 신호를 보냈어도 바이킹 시긴이 이를 감지하지 못했을 수 있고, 감지했더라도 바로 앞에 있는 교각 다리 때문에 대응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index.hu는 전했다.
배에서 구조된 승객들은 큰 크루즈가 접근하는 것을 봤지만 설마 그대로 배를 들이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순식간에 배가 뒤집히고 침몰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경찰은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고 직전 허블레아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방향을 살짝 왼쪽으로 틀었고 뒤에 오던 바이킹 시긴에 부딪히면서 7초만에 침몰했다고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선박 전문가는 index.hu에 바이킹 시긴이 직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로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었고, 대형 선박이 직진 중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더라도 시간이 매우 촉박했을 것이라며 당시 다뉴브강의 수위가 높게 올라와 있어 허블레아니의 선장이 바이킹 시긴과 거리가 실제보다 멀었을 것으로 봤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면 헝가리 내륙운송협회 아틸라 벤칙 회장은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봐도 허블레아니가 바이킹 시긴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며 바이킹 시긴이 추돌한 게 명확하다고 M1 방송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다리 교각을 지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교각 인근에 소용돌이가 강하게 일고 있었고 바이킹 시긴이 속도를 늦춰 허블레아니가 교각 아래로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 때문에 경찰 수사는 AIS가 제대로 장착돼 있고 작동했는지, 두 배 사이에 교신이 이뤄졌는지, 교각과 충돌할 가능성 때문에 항로를 바꾸지 못했는지 등 사고 원인에 대해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Index.hu는 사고를 낸 두 배의 선장 모두 유람선 운항 경험이 많은 선장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30일 오후 바이킹 시긴을 운항한 우크라이나 국적의 선장(64)에게 태만, 부주의로 대규모 인명 사고를 낸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헝가리 경찰은 성명에서 '인적,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했다면서 혐의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증거 부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고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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