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원인은 탱크내부 SM 중합반응 탓"

입력 2019-05-31 18:01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원인은 탱크내부 SM 중합반응 탓"

즉시 신고 규정 등 위반…환경부, 검찰에 고발키로

사고 탱크 잔재물 성분 분석 화학물질안전원에 의뢰



(서산=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지난 17일과 18일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는 탱크 내부에서 스틸렌모노머(SM) 중합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 조사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은 31일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대회의실에서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에는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환경팀, 화학물질안전원, 고용노동부, 충남도, 서산시, 한국환경공단, 시민참여단 등이 참여했다.

합동조사단은 "평상시 내부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하는 탱크에 SM 성분이 다량 함유된 물질을 가득채운 상태에서 6일 정도 보관했는데, 당시 탱크 내부에서 SM 중합반응이 일어나 내부물질이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M은 스티로폼, 플라스틱, 합성고무 제조 원료로, 65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할 경우 급격하게 폭주 중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중합반응은 분자량이 작은 분자가 연속으로 결합해 분자량이 큰 분자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다.

조사단은 이어 "사고탱크 안에는 SM과 에틸벤젠, 알파메틸스티렌, 중합방지제, 중합지연제 등이 일부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양일간 유출 추정량은 97.5t에 이른다"며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벤젠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공장운전 투입인력의 숙련도나 기술능력 미흡으로 인한 사고발생 가능성은 더 따져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사고를 화학사고로 규정하고 회사 측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규원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장은 "한화토탈 대산공장은 지난 17일 사고를 당국에 지연 신고했고, 18일 사고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즉시 신고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단장은 "지난 29일까지 주민과 근로자 2천330명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입·통원 확인서는 1건에 불과하다. 1건 만으로는 법적 증빙자료로 활용하기가 미흡하다"며 "앞으로 주민들로부터 소변검사 결과 진단서 등 건강피해 자료를 추가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진료 내용을 제출하면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적극 협조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이밖에 서산시가 한화토탈 측으로부터 토양오염신고서를 받은 결과 스티렌모노머(SM) 탱크 유증기 유출 사고 현장 3곳에서 TPH(석유계 총 탄화수소류)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산시는 지난 28일 SM 탱크 주변 시료를 채취해 충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으며, 29일에는 한화토탈에 토양 정밀조사를 명령했다.



합동조사단은 사고 예방과 악취 발생 최소화를 위해 다음 달 초 사고 탱크 잔재물을 제거하고 사고 당시 어떤 물질이 분출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탱크 잔재물 성분 분석을 화학물질안전원에 의뢰할 계획이다.

또 이번 사고 이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주민의 소변 샘플 386건을 분석,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하고, 다음 달 중 화학물질안전원에 맡겨 주민건강영향조사를 하기로 했다.

조규원 단장은 "업체가 즉각적으로 신고하지 않아 사고 인지가 늦었고, 이로 인해 대응기관이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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