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턱밑서 ASF 발생…충북도, 양돈농가 방어막 구축 분주

입력 2019-06-01 08:27
한반도 턱밑서 ASF 발생…충북도, 양돈농가 방어막 구축 분주

농가 울타리 설치 지원 예산 없어, 국비 신속 지원 시급

잔반 관련 법률 개정 급선무, 외국인 근로자 교육도 한창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중국 등 아시아에서 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압록강 인접 지역인 북한 자강도로 번지면서 한반도 턱밑까지 다가왔다.



작년 8월 중국(137건)에서 발생한 ASF가 베트남(2천782건), 몽골(11건), 캄보디아(7건)로 퍼졌을 때만 해도 항공방역이 급선무였지만, 이제는 양돈 농가에 대한 방어막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충북에서는 363개 농가가 65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전국 사육두수(1천133만 마리)의 5.7%로 작지 않은 규모이다.

ASF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하지만, 예방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한 차단 방역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매개체로는 야생 멧돼지가 꼽힌다. 사육하는 돼지가 ASF에 감염되면 거의 죽지만 야생 멧돼지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살아간다.

북한의 야생 멧돼지를 통한 ASF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도에는 야생 멧돼지의 접촉을 막을 수 있는 양돈 농가 울타리 설치 지원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신속한 국비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충북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는 국비가 지원되는 대로 울타리 설치 지원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수렵 등을 통한 야생 멧돼지 포획을 확대하고 싶지만, 환경부의 부정적 의견 탓에 녹록지 않은 형편이라고 충북도는 전했다.

돼지 사료로 쓰이는 남은 음식물 쓰레기도 ASF를 퍼뜨리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러스가 사멸하지 않은 패티가 든 햄버거나 샌드위치 찌꺼기를 돼지에게 먹이면서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충북에서는 363개 양돈 농가 중 11곳이 잔반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다. 청주 4곳, 음성 3곳, 진천 2곳, 보은·증평 각 1곳이다.

현행법상 잔반을 돼지 사료로 쓰는 것은 가능하다.

충북도는 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폐기물관리법이나 사료관리법이 개정된다면 ASF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충북도는 잔반을 80도 이상에서 30분간 열처리해 사료로 쓰도록 당부하면서 이들 농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양돈 농가에 대한 모니터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도내에는 45개 양돈 농가가 2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ASF가 발생하지 않은 태국 근로자들이 대다수이지만 중국과 베트남 근로자도 15명씩이나 된다.

다행히 이들이 최근 자국을 방문했던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이들에게 당분간 자국을 방문하지 말 것과 외국에서 오는 택배 수령을 자제해 달라고 교육하고 있다.

육가공품이 들었다고 해도 국제택배는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는 허점이 있다는 점에서다.

충북도는 지난 3월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45개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ASF 검사를 하고 있다. 오는 7월 검사가 마무리되지만, 지금까지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없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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