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고비 넘긴 현대重, 남은 파도도 슬기롭게

입력 2019-05-31 15:40
수정 2019-05-31 15:42
[연합시론] 한고비 넘긴 현대重, 남은 파도도 슬기롭게

(서울=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막판 주총장을 변경하는 비상작전 끝에 어렵게 열려 회사분할안을 통과시켰다. 사측의 주총 강행 방침과 노조의 강한 반발이 충돌하면서 주총이 열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지만 경찰도 강제진압을 자제하고 노조도 극한투쟁을 삼가면서 유혈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주총이 별 탈 없이 끝남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은 한 단계 높아졌다. 양사 간 합병이 국내 조선업 생환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라 이번 주총 성공은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뉘며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사업을 꾸려가게 된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전 세계 수주점유율 20%가 넘는 글로벌 1위 조선업체로 거듭난다.

합병 첫 단계에 이르기까지 국내 조선업계는 험난한 여정을 지나왔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업계는 2010년대 들어 물동량 감소와 수요변화 등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휘청거렸다. 특히 취약했던 대우조선에는 지난 20년간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경영정상화는 요원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일자리는 5년 전만 해도 20만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지적처럼 현재 진행되는 조선업 구조조정은 이것이라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주총은 끝났지만 조선업계가 헤쳐나가야 할 파도는 아직 많이 남았다. 우선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글로벌 독과점 우려 때문에 EU, 미국 등 해외 공정거래 당국이 쉽게 승인을 해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통합 법인의 설립이 늦어지고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되면 합병 심사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중공업 노조의 대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노조로서는 생명이나 다름없는 일터가 부실 기업 인수로 경영이 흔들리게 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여타 기업인수합병이 그래왔듯, 앞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반발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 인정되는 명분도 불법과 폭력의 방식이 지속되면 국민에게 외면받게 된다. 특히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 경찰을 다치게 하는 것은 노조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주총결과를 놓고도 노조는 무효소송과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투쟁은 물론 법적 테두리 내에서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 업계가 생존해야 기업이 있고, 기업이 존재해야 일자리도, 노조도 지킬 수 있다는 전제를 잊지 않길 바란다.

정부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는 이번 사태에 분명하고 엄정한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부가 주도한 조선업 구조조정인만큼 개별 회사의 단순한 노사충돌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해법 마련에 고민이 없지 않겠지만, 현대중공업이나 산업은행에만 맡기지 말고 복잡하고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고 중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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