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노조원들, 체육관 유리문 깨고 진입…소화액 뿌리기도(종합)
변경된 주총장에 뒤늦게 도착한 노조원들 분개…진입 과정서 현장 아수라장
노조 점거했던 한마음회관도 의자 100개 뜯겨지고 유리창 등 파손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31일 현대중공업이 주주총회장을 변경해 임시 주주총회를 마무리하자, 뒤늦게 주총장인 울산대학교 체육관에 도착한 현대중 노조원들은 분개했다.
노조원들은 주총이 끝난 뒤 체육관 2층 출입문 봉쇄를 뚫고 진입해 소화기를 뿌리는 등 주총 강행에 불만을 표시했고, 이 때문에 울산대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회사 측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예정됐던 주총이 노조의 점거 농성과 반발로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오전 10시 30분께 '장소를 남구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오전 11시 10분에 주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보가 새지 않도록 물밑에서 주총장 변경을 추진했던 사측은 발표와 함께 곧장 주총 준비에 돌입, 신속히 법인분할안을 승인했다.
주총 시작 40분 전에 주총장 변경 소식을 접한 노조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노조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약 20㎞ 떨어진 울산대로 내달렸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먼저 도착한 경찰과 사측이 고용한 인력 등이 주총장 주변을 둘러싼 뒤였다.
일부 노조원들이 체육관 주변을 둘러보다가 유리로 된 출입문을 발견, 이를 파손하고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이미 주총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임을 알고 분노하며 체육관 내부에 소화기를 뿌리고, 주주들이 앉았던 접이식 의자를 집어 던졌다.
특히 유리문을 부수고 체육관 무대 쪽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대 벽면을 파손, 벽면이 너덜너덜해지고 큰 구멍이 뚫리기도 했다.
체육관 바닥에는 주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의사봉이 부서진 채 나뒹굴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주총장 변경 통보를 받고 체육관의 모든 출입문을 단단히 잠그고, 밖에서 열지 못하도록 안쪽에 무거운 운동기구를 놓기도 했다"면서 "그런데도 현장이 이렇게 된 것을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닷새 동안 점거했던 한마음회관도 곳곳에 파손 흔적이 남았다.
당초 주총장이던 1층 극장은 총 420개 좌석 중 100개가량이 뜯겨 나가거나 일부가 부서졌다.
2층 식당 역시 현관 유리문과 창문 등이 깨져 사라진 모습이었다.
식당 업주는 "냉장고에 보관됐던 식자재 등도 상해 영업 재개까지 2, 3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 등 20여 명은 농성 조합원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한마음회관 안팎을 청소했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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