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영 정치 이변, 이번에는 자유민주당이 총선 여론 선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 당이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영국 내 총선 여론조사에서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자유민주당이 예상을 뒤엎고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변과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28~29일 실시한 총선 사전조사에 따르면 '지금 총선을 실시한다면 어느 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예상외로 자유민주당이 24%로 가장 높았다.
이는 유럽의회 선거전인 지난 13~14일 조사(16%) 때보다 8%포인트가 상승한 것으로 EU 잔류를 지지하는 자유민주당이 국내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기는 지난 2010년 닉 클레그 대표 시절 이후 처음이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나이절 패라지 대표의 브렉시트 당은 22%로 2위를 기록했고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각각 19%를 나타냈다. 녹색당은 8%를 기록했다.
총선 의향 조사에서 기존의 양대 정당을 제외한 다른 두 '도전' 정당이 1, 2위를 기록하기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유고브의 전문가는 지적했다.
브렉시트 정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영국 양대 정당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자유민주당은 EU 잔류, 브렉시트 당은 말 그대로 EU 탈퇴, 그리고 야당인 노동당은 EU 잔류, 보수당은 탈퇴와 잔류파로 양분돼 있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 영국 유권자들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극심한 분열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보수당 등 기존 정당들이 브렉시트에 대해 분열상을 보이는 만큼 새 총선을 치르더라도 브렉시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보수당은 이제 자민당과 브렉시트 당 양측으로부터 눌려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노딜 브렉시트와 EU 잔류라는 양대 기류 사이에서 제2 국민투표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점증하고 있다. 특히 제2 국민투표안이 정치권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양상이다.
보수당의 중진인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30일 현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브렉시트 교착 해결책으로 제2 국민투표를 거론했다.
그는 BBC 라디오에 "만약 의회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되면 국민에 다시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또 양대 정당이 브렉시트에 대해 분열된 만큼 총선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만약 노 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정부가 있다면 자신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국익이 당의 이익에 우선한다"고 경고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리스 존슨 등 차기 보수당 지도부 후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이날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를 만나 보수당에 브렉시트 강경파 지도부가 들어설 경우 의회에서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할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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