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조선의병 발자취를 새긴 지도…양성현 여행작가
광주 어등산 자락 역사현장 잇는 '의병길' 탐방 프로그램 추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의(義)의 뿌리는 1555년 을묘왜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양성현(52) 여행작가는 의병의 날을 맞은 1일 두 다리로 그려낸 지도를 펼쳐 보였다.
지도는 광주 광산구 어등산 자락에서 떨쳐 일어나 황룡강 줄기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활약한 호남의병의 흔적을 따라간다.
양 작가는 두 다리로 직접 찾아다니면서 마주한 역사현장이 조선의병사(朝鮮義兵史)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전남 해남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긴 시간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 단출한 짐을 꾸려 광주로 이주했다.
빛고을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눈여겨본 그는 역사탐방 프로그램인 '의병길'을 기획했다.
의병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요 인물들의 끈끈하게 얽힌 인연까지 되짚을 수 있다고 양 작가는 설명했다.
양 작가가 구상한 의병길은 출정의 시작점이었던 황룡강 모래톱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송산유원지로 변모한 곳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고향을 등지고 나선 의병의 발자취를 따라 궁계·포전들 밀밭-송천나루터-주막거리터-박산마을 양씨삼강문으로 길이 이어진다.
양씨삼강문(梁氏三綱門)은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6월의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순절한 충민공 양산숙과 그의 가족 등 9인을 기리고자 세운 정려문이다.
선비 홍탁의 상소로 인조 13년인 1635년에 건립됐다.
충민공 양산숙의 일가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며 모두 10명이 의롭게 순절했다.
양 작가는 충민공의 부친인 송천 양응정이 조선 의병 선각자였다고 소개했다.
그의 제자, 아들, 사돈, 사위, 외사촌, 외손자 등 30여명이 '양응정 사단'을 이뤄 을묘왜변, 임진왜란,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대를 이어가며 의병으로 나섰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의 행적이다.
박산마을 어등산에서 깃발을 든 이들은 한양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출정했다.
용인·수원·강화도·진주 등지에서 왜군을 쫓아 전투를 벌였다.
향병(鄕兵)에 머물렀던 타지역 의병과 다른 궤적을 남겼다.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전사한 의병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157명의 76%(107명)가 전라도 출신으로 알려졌다.
의병길은 양씨삼강문에서 임류정터-의모당 집터-한림학사 양만용 동백나무(420년생)-은향정 샘터-양응정 생가 및 충민공 양산숙 탄생지를 잇는다.
어등산에 남아있는 훈련장 터를 거쳐 양응정 사단의 산실인 송천서당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양 작가는 의병길이 5·18 사적지를 잇는 오월길처럼 역사탐방 기행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나 광주시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그는 "한글로 표기하는 양 씨 성이 같아서 저를 송촌 양응정의 후손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며 "광주가 지닌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가꾸는 방안을 고심하다가 조선의병 성지인 어등산 일대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양 작가는 "의병 항쟁은 구한말보다 수백 년 앞서 시작됐고 그 뿌리가 호남에 있다"며 "첫 깃발을 들었던 어등산 자락은 생생하게 보존된 역사 중심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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