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갈등, 과학기술계로 확산…미·중 학술단체 '치고받고'
IEEE "화웨이 연구자 심사위원서 배제" vs 중국학회 "IEEE와 협력 중단"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양국 정부와 산업계를 넘어 과학기술계로 번졌다.
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와 로이터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전자공학분야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를 이유로 이 기업 소속 연구자들을 논문 심사위원에서 배제키로 했다. 이에 중국컴퓨터학회(CCF)가 하루 만에 IEEE와의 협력 중단을 선언하는 등 중국 과학기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IEEE는 최근 이 단체가 발행하는 200여개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화웨이 소속 과학자는 법적 문제로 인해 논문을 심사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 과학자들은 미국 정부의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IEEE와 산하 단체가 발행하는 학술지 심사과정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다만 IEEE 주최 콘퍼런스에 참여하거나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는 등의 다른 학회 활동은 지속할 수 있다.
특정 기업 소속 연구자를 학술지 심사에서 제외하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IEEE의 화웨이 연구자 배제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에 접근할 수 없게 한 미국 상무부의 조처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화웨이 과학자들이 다른 연구자의 논문이 나오기 전 데이터를 얻거나 비공개 데이터를 볼 수 없게 막은 것이다.
IEEE는 성명에서 "IEEE는 화웨이와 이 회사 직원이 대중에게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특정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미국 정부 규정을 준수한다"며 "여기에는 (학술지) 동료심사와 편집 과정도 일정 부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과학기술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컴퓨터학회(CCF)는 IEEE 조치 하루 만에 "IEEE를 학문적인 공동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활동 제한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IEEE 통신 소사이어티(Communications Society)와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CCF는 또 소속 과학자들에게 IEEE 주최 학회에 참가하거나 이곳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내지 말 것을 촉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금까지 IEEE와 CCF는 긴밀히 협력하는 '자매 기구'로 알려져 왔다. 두 단체는 2016년에는 젊은 컴퓨터 과학자에게 주는 상을 공동으로 제정하기도 했다.
IEEE는 중국 과학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아직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에 올리는 제재를 내렸다. 이에 화웨이는 인텔, 퀄컴, 구글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들로부터 핵심 부품과 운영 프로그램 등을 조달받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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