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발효기술로 세계시장 노크 부경대 어간장 연구소

입력 2019-06-22 11:01
[U~스타트업] 발효기술로 세계시장 노크 부경대 어간장 연구소

조영제 식품공학과 교수, 몇백년 이어진 액젓 제조과정 단점 개선

올해 가을부터 학내 자가공장서 대량생산 예정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정성을 들인 요리에 간을 맞추거나 더 깊은 맛을 낼 때 필요한 간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콩으로 만든 간장을 써왔다.

해안지역에서는 콩이 아닌 멸치나 까나리 등 생선을 넣어 발효시킨 액젓(어간장)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어간장은 콩으로 만든 간장과 달리 생선 특징이 더해져 음식에 깊은 맛을 내게 한다. 김장할 때 필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어간장은 멸치 등에 보통 20% 이상 소금을 혼합해 2년 정도 발효 기간을 거친다. 소금을 20% 이하로 줄이면 썩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지난 몇백년간 이어진 어간장 제조 과정은 그 자체에 몇 가지 단점이 드러난다.

우선 어간장에서 나는 특유의 비린내는 누구나 꺼리는 냄새다.

게다가 어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암, 신경독성, 아토피, 식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히스타민도 생성된다.

국내에 시판되는 어간장 대부분은 히스타민 함량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인 1㎏당 400㎎ 이상이다.

히스타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의도적 생성 유해 화학물질'로 규정한 것으로 제조자가 고의로 만드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물질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어간장은 발효 기간이 2년 정도 걸려 경제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 비교적 높은 히스타민 함량 탓에 해외로 진출하더라도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학계에서 '생선회 박사'로 유명한 조영제(56)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이런 어간장 단점을 보완하려고 연구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14년 5월 12일 자본금 1억6천800만원으로 부경대 용당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학교기업인 '부경대 어간장 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수산물을 중심으로 수십년간 식품공학 연구에 매진한 조 교수가 이전과 전혀 다른 어간장 개발에 성공해 내놓은 결실이다.

조 교수는 부경대 전신인 부산수산대학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1년부터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부터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간장 제조 비법을 밝힐 수 없다"는 조 교수에 따르면 해외에서 보통 '피시 소스'(fish sauce)로 불리는 어간장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는 전문적인 연구력이 받쳐주지 못해 학문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조 교수는 "수산 선진국인 일본은 어간장을 먹지 않기 때문에 아예 관련 연구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김장 등으로 어간장을 많이 소비하는 우리나라에서 관련 연구를 한다면 전통적인 먹을거리 발전은 물론 위생성과 상품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마쇄처리와 중온발효를 이용한 생선 액젓의 속성 제조방법', '멸치액젓을 이용한 고품질 멸치젓갈의 제조방법', '파리와 구더기 발생이 방지된 젓갈의 제조방법' 등 3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김장용 프리미엄 어간장'(900㎖)과 '프리미엄 어간장'(400㎖) 등 제품이 자사 홈페이지와 수협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김치는 물론 겉절이, 야채 무침, 나물, 국, 탕, 찌개, 조림, 볶음 등 모든 요리에 간장·소금·조미료 대신 쓸 수 있다.



연구소가 만든 어간장은 비린내가 아닌 구수한 향이 난다.

구운 소고기 등을 그냥 찍어 먹어도 될 정도다.

생선과 천일염만으로 발효시킨 100% 원액으로 감칠맛이 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게다가 가열하지 않아 김치 발효를 돕는 유용 미생물과 효소가 살아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발효 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고 제조에 드는 소금의 양은 10% 이하 수준이다.

멸치나 까나리는 물론 고등어를 비롯한 모든 생선으로 어간장을 만들 수 있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조 교수는 어간장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2014년 연구소 설립 이후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액젓 공장 탱크를 빌려 어간장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다른 제품에 비교해 비싸다 보니 대대적인 홍보보다는 입소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행히 학내 수산가공센터를 빌린 자가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자가공장은 이르면 올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 교수는 "자가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우리 대학에서 만든 어간장이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면 세계시장 진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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