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 간다고 좋아했는데…누나는 구조, 동생은 실종

입력 2019-05-30 16:22
수정 2019-05-31 11:45
첫 해외여행 간다고 좋아했는데…누나는 구조, 동생은 실종

새벽에 전화받은 부모 통곡…"같이 구조됐으면 얼마나 좋아"



(논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우리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30일(한국시간).

이날 충남 논산에 사는 정모 씨 부부는 새벽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지난 25일 8박 9일 일정으로 남동생(28)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던 둘째 딸(31)이 울먹이며 전화를 해왔다.

동생이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넋이 나간 듯 대성통곡했고, 밭일을 나갔던 아버지도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날이 밝기 무섭게 어머니는 첫째 딸 부부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달려갔다.

논산 집에는 아버지 정 씨와 고모가 남았다.

집 안 거실 바닥에 앉은 아버지는 더 이상의 소식을 알길이 없어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이 없이, '후∼후∼'하며 큰 숨소리를 토해 냈다.

빨갛게 눈이 충혈된 고모는 "막내 조카가 최근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여행을 떠났다"며 "처음 떠난 해외여행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눈물을 흘렸다.

2녀 1남 중 둘째와 셋째인 이들 남매는 해외여행을 같이 갈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누나는 대전에서 다니던 공방에 휴가를 냈고, 남동생은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었다.



아버지는 답답함을 달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다.

사고 소식을 알리는 TV 뉴스 속보가 안방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실종자 구조 소식이 들리자 두 사람은 TV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기다리던 이름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시 거실로 나와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속을 진정시키려는 듯 냉장고 안에 있던 막걸리를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키기도 했다.

고모는 "많고 많은 여행사가 있는데, 하필 그 여행사로 여행을 가서 이런 사고가 났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남매는 누군가 계약을 취소한 여행상품을 비교적 싸게 구해 좋아했다고 한다.

이때 아버지 휴대전화가 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아 들었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아니었다.

전화한 지인에게 남매의 사고 소식을 알렸다.

"딸애는 구조됐는데, 아들이 잘못된 것 같다"며 "어째 구명조끼도 하나 없었대"라며 분통해 했다.

뉴스 속보에 실종자 명단이 나왔다.

아버지는 "불쌍해서 어쩌냐, 다 나이 많은 사람들인데 우리 애들이 저기서 제일 어리다"며 말을 흐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더 잦고 커졌다.

아버지는 "뭔가 잘못된 거야, 찾았으면 벌써 찾아야지"라며 "누나하고 같이 생존자 명단 자막에 올라오면 얼마나 좋아"라며 안타까워 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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