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은 예멘 기자, 美비자 안 나와 시상식 불참

입력 2019-05-30 15:18
'퓰리처상' 받은 예멘 기자, 美비자 안 나와 시상식 불참

이전에도 비자 거부당해…동료들, 영상통화로 시상식 중계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예멘 내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발해 퓰리처상을 받은 예멘 출신 AP통신 기자가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퓰리처상 국제보도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자사 기자 3명 중 예멘 국적의 마드 알-지크리가 비자 문제로 전날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알-지크리는 지난 4월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대사관이 있는 이집트 카이로로 건너가 비자를 신청하고, 이달 초 인터뷰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후 미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고, 결국 시상식에 불참했다.

샐리 버즈비 AP통신 편집국장은 "알-지크리가 제때 비자를 받지 못해 시상식에 서지 못한 것이 대단히 아쉽다"면서 "그는 팀 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의 보도와 그가 예멘에서 찍은 영상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알-지크리는 이전에도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에서 용감한 언론인에게 주는 맥길 메달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알-지크리의 팀 동료인 이집트 국적의 마기 마이클과 나리만 엘-모프티는 여행자 비자를 받아 이날 시상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알-지크리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실시간으로 시상식을 중계했고, 수상을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때에도 휴대폰을 들어올려 박수를 보내는 관중을 비춰줬다.

알-지크리는 이날 블로그에 시상식에 참여한 동료를 보니 "나 역시 그곳에 그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정말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내전이 벌어진 예멘에서의 기아 문제와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서 자행된 고문과 부패, 미국의 드론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들의 실상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용기 있고, 깊이 있는 보도라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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