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여성 앵커들, 무역 전쟁 대리전…16분간 격돌(종합)
美폭스 비즈니스-中CGTN 앵커 공개 토론…누리꾼들 "싱겁게 끝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미·중 무역 전쟁을 두고 언쟁을 벌였던 양국의 여성 앵커들이 30일(중국 현지시간) 오전 지난주 예고했던 공개 토론을 벌였다.
미국 폭스 비즈니스 채널의 앵커 트리시 리건과 중국 국영 방송인 CGTN 앵커인 류신(劉欣)가 진행한 이번 토론은 사전 예고되면서 관심을 모았고, '무역전쟁 대리전'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중국 누리꾼들은 토론 시작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판권 문제로 영상 송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매체들이 제공하는 문자 중계까지 보며 감상평을 남겼다.
이날 공개 토론은 류신이 베이징 스튜디오에서 위성 연결 방식으로 리건의 '골드 타임' 프로에 출연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중국과 미국 앵커 간의 첫 대결로 이른 시간인 오전 8시 26분부터 16분간 진행됐지만, 인민망(人民網)에서 제공하는 문자 중계에 6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몰려들었다.
두 앵커는 공평 무역과 지식재산권 갈등,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찬반 문제, 화웨이, 관세, 미국의 국가자본주의 등을 의제로 토론했다.
리건은 토론이 시작된 뒤 첫 질문으로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합의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류신은 "미국 측이 성의를 보이고 중국 측 협상 대표를 존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무역 전쟁은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류신은 이어 관세 문제에 대해 "중미 양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상대국의 상품을 살 수 있다"면서 "한 쪽이 규칙을 바꾸려 한다면 반드시 다른 쪽의 공감을 얻어야 하며 미국은 중국을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류신은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리건이 선제공격하자 "양측이 상호 이익과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지식재산권을 사 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나 역시 영문학을 전공했고, 미국 교수와 친구들에게 영어를 배웠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리건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무단 사용하는 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이어 갔다.
류신은 리건의 지적에 미국이 연루된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거론하며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것은 미국인과 중국인 모두인데 중국 사례만 언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류신은 또 중국이 주장하는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자 "중국의 대부분 혁신은 민영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대부분의 수출 역시 민영기업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이고, 시장이 경제에서 주요한 역할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의 전체 경제 규모는 매우 크지만, 1인당 GDP는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유엔의 평화 유지 업무에서 최대 공헌자이고, 국제 인도주의 원조에도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건은 이번 공개 토론에 대해 "이는 미국 TV 사상 전례가 없는 대화로 미국인들이 다른 관점을 접할 기회"라고 소개했다.
앞서 리건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미·중 경제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을 미중 무역 관계의 절대적인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류신은 지난 22일 리건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미중 무역협상은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중국 누리꾼들은 두 앵커의 토론에 관해 형식상 인터뷰에 가까웠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리건이 주로 질문을 던지고 류신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이 됐기 때문이다.
웨이보 아이디 '팅차오'라는 누리꾼은 "어쩌다가 토론이 폭스 비즈니스의 일방적인 인터뷰로 변했냐"고 혹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인터뷰였다. 애초에 미국 앵커는 토론할 역량이 안 됐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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