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멸종위기종 발견 제주 비자림로 공사 중단하라"(종합)
팔색조 등 서식 가능성 제기돼 제주도에 대책마련 주문
도 "벌채 중단하고 조사…이미 벌채한 구간은 작업 계속"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삼나무숲 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다가 두달여 전 재개된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에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한다는 주장에 환경당국이 제주도에 공사를 중단하고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30일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환경청은 지난 29일 제주도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 조치명령 요청' 공문을 보내 비자림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해 다음달 28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제주도가 앞서 2015년 3월 제출한 '비자림로 건설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내용과 달리 이곳에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멸종위기종 서식 등에 대해 조사하고 보호조치를 마련해서 보고하라는 것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에서 협의되지 않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조사를 벌이고 별도 대책을 수립해서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3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의 노력으로 비자림로에서 팔색조, 애기뿔쇠똥구리 등 멸종위기 생물을 발견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25일 비자림로 공사 3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소리를 확인했으며 사흘 뒤인 지난 28일에는 제주도 환경정책과 담당자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 조류 전문가가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9일에는 2구간과 3구간 사이 구역에서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영산강환경청은 도에 공식적으로 공사 중지를 요청했으며, 팔색조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시민모임은 전했다.
시민모임은 "2015년 제출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계획 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다'고 돼 있다"며 "시민들이 문헌을 바탕으로 며칠만에 찾아낸 것을 왜 전문가들이 발견하지 못했느냐"고 비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 모니터링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때는 없다고 했던 보호종이 잇따라 발견됐다"며 "특히 조류들이 현재 번식을 시작하고 있어서 번식에 방해를 줄 수 있다. 번식방해는 보호종의 멸종을 앞당기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업타당성과 필요성을 상실했다"며 공사를 중단하고 도민 공론을 모아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벌채를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등의 서식에 대해 다시 조사할 예정이며, 이미 벌채가 이뤄진 구간에서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자림로(대천∼송당) 확장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에서 현재 왕복 2차선인 도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로, 3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도는 도로확장을 위해 삼나무 900여그루를 벌채했으나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공사를 중단했다가 삼나무숲 벌채 면적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해 7개월여 만인 올해 3월에 공사를 재개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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