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한국사무소장 "韓정부 대북 공여, 가장 취약계층에 사용"
"수송·모니터링 등 부대비용 비중 6.5%…50여명 北상주하며 모니터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임형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30일 한국 정부에게서 조만간 공여받을 지원액을 "영유아·임산부·수유부에 대한 영양지원 등 가장 취약계층에게 쓸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날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북한의 식량현황 평가 및 대북지원 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임 소장에 따르면 WFP는 지난 2월 집행이사회 승인을 통해 올해부터 ▲ 영유아·임산부·수유부에 대한 영양지원 ▲ 취로사업 ▲ 긴급구호 등 3가지 활동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대북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이중 영양지원의 비중이 현재로서 가장 크다며, 여성의 임신부터 출산 뒤 아기가 만 두돌이 되는 기간인 '1천일' 내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WFP는 북한 내에서 11개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도지원용 영양강화 식품인 '슈퍼시리얼'과 비스킷 등을 자체 생산해 북한 내 취약계층에게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으며, WFP에는 이중 450만 달러가 배정된다.
임 소장은 WFP의 경우 식량 수송과 모니터링 등에 필요한 '부대비용'으로 전체의 6.5%를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에 현재 15명의 국제요원과 현지 직원 35명이 근무 중이라며 "50명이 넘는 직원이 북한에 상주하면서 근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 100회에서 150회 정도, (북한 내) 9개도 60개군을 계속 다니면서 식량 실태를 점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FP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해 왔는데, 과거에는 모니터링 방문을 위해 1∼2주씩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24시간 이내에 가능해지는 등 조건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임 소장은 "(북한 내) 인도적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의 영양 실태에서 지역 간 격차가 굉장히 크다고 소개했다. 양강도는 3명 중 1명이 발육부진인 반면 평양은 10명중 1명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북한의 최근 식량 상황과 대북지원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시됐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4월에 (북한 내) 쌀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소득 감소로 "기본적으로 쌀 수요 자체가 감소하는 국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면서 쌀에서 밀가루와 옥수수 등 다른 하급재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간품' 격인 밀가루는 최근 6개월간 가격이 상승했다고도 그는 전했다.
양 교수는 "준조세 형태로 (제재 효과를) 하층부에 전가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힘들어지는 계층이 나올 수 있다"며 "북한의 식량문제는 겨우 시작단계"라고 진단했다.
다만, 남한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직접 지원하기에는 아직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북한에 자연재해가 크게 날 경우, 또는 비핵화에 큰 진전 있을 경우 등에 정부가 미국이나 유관국들과의 협의로 대북지원을 할 수 있지 않겠나"며 "(직접지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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