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서 성추행 신고 10대 '불태워 보복살해'…"16명 기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방글라데시에서 10대 여학생이 산 채로 불태워진 보복살해 사건이 발생, 관련 용의자 16명이 기소됐다.
30일 BBC뉴스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경찰은 전날 누스라트 자한 라피(19)라는 10대 여학생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교장을 포함한 16명을 기소했다.
경찰 수사국 관계자는 "16명 모두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됐으며, 용의자 모두가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라피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 성추행을 신고했다가 그 학교 옥상에서 산 채로 불에 태워지는 보복을 당했다.
라피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00㎞가량 떨어진 마을 페니에 살며 이슬람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그는 지난 3월 27일 교장실로 불려갔고, 교장은 라피의 몸을 더듬었다.
이에 라피는 곧바로 그곳에서 빠져나온 뒤 가족과 함께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성추행 등을 당한 여성 상당수가 침묵을 지키지만 라피는 용기를 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찰은 라피의 신고에 대해 '별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은 손을 치우게 한 뒤 라피의 얼굴까지 동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후 결국 해당 교장은 성추행 혐의로 체포됐지만, 지인을 시켜 라피의 가족에게 고소를 철회하라고 협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교장은 필요하면 라피를 살해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달 6일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쓴 남성들이 라피를 꾀어 학교 옥상으로 부른 뒤 고소 철회를 요구했고, 라피가 거부하자 그의 몸에 등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들은 라피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했지만, 라피는 가까스로 현장을 탈출했다.
하지만 전신 80%에 심한 화상을 입은 라피는 나흘 뒤 숨졌다.
라피는 숨지기 전 관련 증언을 휴대전화에 녹음했다.
그는 "교장이 나를 만졌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가해자들을 엄하게 처벌하고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까지 나서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모두 법에 따라 처벌해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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