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승 끊은 지언학·이우혁…성공한 유상철 감독의 시험
시즌 첫 출전 경기서 만점 활약…간절함으로 만든 승리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기존에 선택받지 못했던 선수를 기용하기란 쉽지 않다. 신임감독에게는 더욱 그렇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상철 감독은 이를 해냈다. 과감한 시험은 성공했다.
인천은 28일 하나원큐 K리그1 2019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1로 꺾었다.
유 감독이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후 3경기만이자, 지난 2라운드 경남 FC전 이후 무려 12경기 만에 거둔 승리다.
다득점에서 밀려 여전히 리그 최하위 12위(승점 9)에 머물렀지만, 11위 경남과 승점이 같아졌다. '꼴찌 탈출'도 가시권이다.
승리의 주역은 생소한 얼굴들이었다.
선제골을 뽑아낸 지언학과 결승 페널티킥 골을 넣은 이우혁 모두 이번 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이다.
주포인 무고사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공석이 된 스트라이커 자리에 유 감독은 과감히 지언학을 선발 출전시켰다.
경희대에 재학 중이었던 2013년, 지언학은 스페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학원과 축구 연습을 병행하는 노력 끝에 2014년 스페인 4부리그에 속한 알코르콘 B팀(2군)과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그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고, 내셔널리그의 경주 한수원과 김해 시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때의 활약을 인정받아 올 시즌 인천에 입단한 지언학은 2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그동안의 한을 풀듯 전방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데뷔골까지 뽑아내는 만점 활약을 했다.
그가 기록한 골도 수비에 맞고 흐른 공을 끝까지 쫓아간 투지에서 시작됐다.
유상철 감독이 늘 강조했던 '절실함'과 '열정'을 지언학은 누구 보다 앞장서서 보여줬다.
결승 골의 주인공인 이우혁 역시 제주전이 이번 시즌 첫 출전이었다.
2011년 강원 FC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렸다. 2014년부터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6년 리그 최정상 팀이었던 전북 현대로 이적했지만,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다.
이후 광주를 거쳐 지난 시즌 인천에 합류한 이우혁은 에른 안데르센 감독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 내내 출전한 경기는 고작 한 경기뿐이었다.
유상철 감독은 달랐다.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에서 이우혁을 선발 명단에 넣었고, 페널티킥까지 맡겼다.
이우혁은 믿음에 보답했다.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은 재치있는 페널티킥은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26살의 노련함이 물씬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누구보다도 간절했을 두 선수의 활약을 발판삼아 인천은 길었던 '무승의 늪'에서 마침내 빠져나왔다.
인천은 오는 6월 1일 최근 4연패로 하락세인 성남 FC를 맞아 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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