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과 없어져요?"…게임개발 특성화고교생들 '대략난감'
"게임중독 논의 필요성 공감…'게임=질병' 부정 인식은 우려"
'e-스포츠 학과' 신설 검토하던 경기교육청도 '화들짝'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선생님, 우리 학과 없어지는 거예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의결하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임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0일 올해로 설립 20년째인 경기도 하남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컴퓨터게임제작과 이근수 부장교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위기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라며 "'이러다 과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 '너무하다', '게임이 왜 질병이냐'는 등의 질문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장교사는 "WHO의 결정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학년별로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학생들과 의견을 나눴다"라며 "아무래도 앞으로 게임 산업 쪽으로 직업을 구할 학생들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가진 내년도 신입생 모집 설명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라며 '게임=질병'이란 막연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교사는" 차라리 게임중독이란 질병 코드가 만들어지면 게임을 즐기는 것과 중독이 분리될 것"이라며 "그동안은 게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선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는 학생 간 공감대도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내년에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로 전환을 앞둔 안양의 경기글로벌통상고등학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우려했다.
경기글로벌통상고는 그동안 경영과, IT콘텐츠과, 회계과, 뷰티과를 운영했다.
학생들의 선호와 유망 직업군 등을 고려해 이번에 학과를 대폭 개선, 게임 콘텐츠 개발 쪽으로 교육과정을 특화하기로 하고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고 있는데 '게임중독 질병분류'가 공론화된 것이다.
학교 측은 "게임중독 문제는 언젠가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풀어가야 할 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세부적인 설명 없이 '게임중독은 질병'라고만 알려지면 부정적 인식이 커질까 걱정된다"라며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어른들의 시선도 걱정된다"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선 게임의 건전성을 강조하며 게임개발을 지도해 나갈 것"이라며 "게임 업계와 정부가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스포츠 학과 개발 등 게임 산업과 학교 교육 연계를 검토하던 교육 당국도 화들짝 놀란 눈치다.
경기도교육청 직업교육 담당 관계자는 "게임 관련 학과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라며 "특히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e-스포츠 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에는 관련 학과가 없어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과 용인 등을 중심으로 게임 관련 학과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소식에 좀 놀랐다"라며 "이번 논의가 게임 산업과 학교 직업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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