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닛산에 "피아트 합병은 '3사 동맹'에 유익" 설득전

입력 2019-05-29 11:33
르노, 닛산에 "피아트 합병은 '3사 동맹'에 유익" 설득전

르노 회장 방일…닛산, 합병 때 의결권 얻지만 독립성 위협받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하는 가운데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이 닛산 설득 작업에 나섰다.

세나르 르노 회장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닛산-르노-미쓰비시 3사 연맹의 월례 이사회 자리에서 FCA-르노의 합병이 닛산과 3사 동맹에 이롭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세나르 회장은 FCA와 합병으로 설립되는 새 회사를 이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이번 합병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닛산의 동의를 끌어낼 중요한 자리로, 세나르 회장의 목표는 모두가 함께 잘 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닛산에 주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르노와 FCA는 각각 5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는 20여년 간 일본 닛산, 미쓰비시와 자동차 3사 연합을 맺고 기술협력, 전기자동차 공동개발 등을 해왔다.

FCA와 르노의 합병에 대해 닛산 측에서는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닛산은 르노에 지배지분이 없는 데다가 합병이 양사 운영 합의에도 어긋나지 않는 터라 이번 합병을 차단할 수는 없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사회 참석 전 기자들에게 합병과 그것이 닛산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며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닛산의 관점에서 합병을 더 면밀하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은 닛산 입장에서 득실이 모두 존재한다.

현재 3사 동맹 체제에서 르노는 의결권이 있는 닛산 지분 43%를 가지고 있지만, 닛산은 르노의 지분을 15% 가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FCA가 제안한 조건으로 새로운 합병회사가 생긴다면 닛산은 합병사에 대해 7.5% 지분과 그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얻게 된다.

합병 시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르노 지분 15%를 통해 닛산에 간접적으로 미치던 통제권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최근 닛산의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는 데에도 합병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닛산은 미국 시장 판매 부진과 노후한 차량 모델, 제품 주기 문제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 약화 전망을 발표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금 축소를 선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닛산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독립성이다.

앞서 르노는 닛산에 경영권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르노가 FCA와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서 닛산과의 경영권 통합 논의는 잠정 중단되며 합병 압박을 받던 닛산은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르노와의 합병이 보류되더라도 르노와 FCA는 궁극적으로 닛산을 더 깊이 끌어들일 계획을 세웠다.

FCA는 르노, 닛산이 함께 참여하는 3자 합병도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르노와 FCA에 닛산은 전기차 기술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다.

SBI증권 애널리스트 엔도 코지는 닛산이 종속될 가능성은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큰 우려라고 지적했다.

엔도는 "세나르 회장은 닛산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도 닛산이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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