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안전이 먼저인 세상으로" 구의역 사고 3주기 추모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내가 구의역 김군이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라! 내가 김태규다, 청년 노동자 죽음 끝장내자!"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다 숨진 '구의역 김군' 사고 3주기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청년전태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등 청년 단체와 노동 분야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주최한 문화제에는 100여명이 참여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3년 동안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은 계속됐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으나 이후로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안전업무직으로 일하는 한 남성은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는 세상,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가 김군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공사 현장에서 숨진 20대 노동자 고(故) 김태규 씨의 49재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달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 작업 도중 추락해 숨을 거뒀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오늘도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며 "건설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 보건문제에 참여하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제에는 김태규 씨의 유족과 함께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해 청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미숙 씨는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어른들이 잘못해서 죽음을 막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말했다.
이어 김씨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어떤 가족도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아들과 수많은 죽음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가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이 청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겠다며 산안법을 개정했으나 하위법령은 후퇴됐다"면서 "산업재해 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문화제를 끝낸 시민들은 김태규 씨 영정 앞에 국화를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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