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표면에 단백질층 생기면 전염력 강해져"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혈액 등과 접촉한 바이러스 표면에 단백질층이 형성되면 전염력이 강해지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분자 생명과학 연구원인 카리엠 에사트 박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이 연구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2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에사트 박사팀은, 바이러스가 치료용 나노 입자와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이러스는 숙주 안의 목표 세포를 발견하기 전에 혈액과 같은 생물학적 체액과 마주치면, 표면에 단백질층을 형성했다. 이 단백질층은 바이러스와 나노 입자의 생물학적 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에사트 박사는 "바이러스가 혈액이나 폐 유체(lung fluids)와 접촉하면, 이들 유체 안에 있던 단백질이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어 단백질 코로나(protein corona)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생물학적 유체에 서식하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의 단백질 코로나에 대해 연구해 왔다.
RSV는 급성 소아 폐렴(하부 호흡기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병원체인데, 세계적으로 매년 3천400만 명이 이 병에 걸려 19만6천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에사트 박사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수준은 변하지 않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표면에 단백질 코로나를 형성함으로써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바이러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숙주의 세포 외부 인자도 이용하는데, 단백질 코로나가 RSV의 전염력을 강화한다는 걸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RSV나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HSV-1) 같은 바이러스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단백질이 증가하면 신경세포에 플라크가 쌓여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HSV-1은 용해성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실(絲) 같은 구조로 바뀌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하는 걸 촉진하는 작용을 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뇌에 HSV-1이 전염되고 48시간이 지나자 병세가 악화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생쥐는 병이 그 정도 진행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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