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참사 5년' 실전 같은 훈련 현장 가보니
함평 노인요양시설서 불시 출동훈련…소방 신속 대응
(함평=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불이야~ 불이야~"
몸이 불편한 노인 58명이 모여있는 전남 함평군 한 노인 요양시설에서 강한 화재 경보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4년 사망자 22명, 부상자 6명이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5주기를 맞은 28일 전남소방본부가 불시에 실시한 화재 대응훈련이었다.
실전 같은 훈련을 위해 시설 관계자 일부를 제외한 일선 소방서와 관계기관에는 훈련 사실을 극비에 부쳤다.
특히 일선 소방서의 출동 체계를 점검하려는 차원에서 관할 지역이 모호한 영광과 함평·장성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오후 2시 정각, 요양시설 2층 강당에 뿌연 연기가 뿌려지자 화재 감지시설이 요란하게 울렸다.
119에 신고한 시설 관계자는 곧바로 화재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렸고, 직원들은 가까이 있는 노인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보행기에 의지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건물 밖으로 나오거나 방화문이 있는 야외 베란다로 몸을 피했다.
그 사이 방화복과 산소마스크 등을 갖춘 소방대원이 요양시설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온 이 소방관은 자신을 도와줄 동료 하나 없이 혈혈단신으로 불이 난 요양시설 2층 강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가득한 강당 내부에 들어선 소방대원은 손전등을 비추며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수납장을 하나하나 열어보거나 가구 아래를 꼼꼼하게 수색한 그는 소파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를 구조했다.
뒤이어 속속 도착한 영광·함평·장성 지역 소방대원들은 본격적인 구조 및 화재진압 활동을 벌였다.
화재 상황이 발생한 지 25분 만에 화재를 완전 진화하고 동시에 건물 밖으로 미처 피하지 못한 노인들을 구조했다.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화재 상황을 전달받은 경찰과 군청, 의용소방대원도 현장에 도착해 손을 보탰다.
현장에 나온 한 의용소방대원은 훈련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 연신 "큰일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현장을 지휘한 영광소방서 박춘천 대응구조과장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인 만큼 인명 구조와 인명 대피에 주안점을 두고 현장을 지휘했다"며 "거동이 불편한 분이 많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지만, 훈련을 통해 계속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불시에 실시한 훈련이었지만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에 요양시설 관계자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민정홍 백향목의 집 사무국장은 "이런 훈련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전과 같은 훈련이라고 해서 처음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하고 보니 각 기관에서 짜임새 있는 대응을 해줘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오는 10월까지 관내 410개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불시출동훈련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변수남 전남소방본부장은 "5년 전 장성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게 됐다"며 "이 훈련을 계기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시설별로 필요한 안전시설을 만드는 등 안전관리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5월 장성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치매환자가 병원에 불을 질러 2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병원에는 뇌경색이나 치매 등 인지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34명이 입원해 있었는데 야간 당직자는 1명밖에 없었고, 복도 끝 비상구도 잠금장치로 잠겨 있어 환자들이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로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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