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北 주민들, 생존 위해 뇌물 바쳐야"

입력 2019-05-28 16:22
유엔 보고서 "北 주민들, 생존 위해 뇌물 바쳐야"

탈북자 214명 인터뷰…"돈만 있으면 살인해도 처벌안받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있으며 부패와 억압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28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밝혔다.

탈북자 214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보고서는 관리들이 주민들에게서 금품을 쥐어짜 내고 있고, 관리들에게 상납하는 주민들은 이른바 '장마당'으로 불리는 비공식적 경제 부분에 종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응한 탈북자들은 주로 양강도, 함경도 등 중국과 국경을 접한 곳에 거주했던 주민들로 이 지역은 1994년 대기근 때 가장 먼저 배급이 끊겼다.

북한은 2006년 이후 유엔 제재 때문에 인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는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군이 먼저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의식주와 노동, 거주 이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본질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임에도 북한에서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그런 권리를 준다"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북한에 주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에는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주민 10명당 4명꼴인 1천10만명은 최근 10년 동안 식량 생산량이 바닥을 치면서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최소한도로 삭감된 배급은 더 줄었다.

보고서는 관리들이 체포와 구금, 고문 위협을 하며 주민들로부터 금품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북한 사회에서 뇌물은 매일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이 당 관리들에게 주는 뇌물은 주로 현금이나 담배였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사회 구조가 갈취와 부패, 억압이 악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탈북 주민은 "당국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라며 살아남기 위해 뇌물을 바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했다.

다른 탈북자는 "돈만 있으면 심지어 살인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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