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날] ②곳곳서 갯벌 매립, 쓰레기더미 '둥둥' 오염 심각

입력 2019-05-29 09:00
수정 2019-05-29 10:44
[바다의날] ②곳곳서 갯벌 매립, 쓰레기더미 '둥둥' 오염 심각

갯벌 매립·모래 채취·발전소 건설…'부메랑이 된 인간의 과욕'

해양 쓰레기더미 심각 수준, 전문가 "개발 자제…해양 연구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신음하고 있다.

난개발과 해양폐기물 투기,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플라스틱의 대량 유입 등으로 우리의 보고인 삼해(三海)가 황폐화하고 있다.

인간이 편의적이며 풍요로운 삶을 갈망하기 위해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나쁜 생활 습관 등이 부메랑이 돼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인간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해양 쓰레기'다.

선박에서 몰래 버리는 기름뿐 아니라 육지 등에서 떠내려간 대규모 쓰레기 더미들이 바다의 안전을 위협하고 해양 수질을 악화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늘 청정해역으로 불리는 제주 해안에서도 이런 쓰레기 더미들을 근래 들어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각종 생활용품과 선박 부품, 플라스틱 등으로 뒤범벅된 이들 쓰레기의 수거량은 한해 1만t이 넘는다.

이중 가장 골칫거리는 단연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다.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로 적힌 플라스틱 음료수병도 적지 않은데 중국과 일본에서 조류를 타고 제주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자원순환사회연대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지난해 제주 김녕리, 사계리 해안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수거한 해양 쓰레기 1천222개 중 플라스틱류가 무려 60%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어 유리 19%, 목재 12%, 외국 쓰레기 8% 순이었다.

섬이 많은 전남 해역에서도 해마다 2만t이 넘는 해양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하지만 처리할 시설이 없어 섬과 해변에 사실상 방치되는 등 상황은 심각한 편이다.

2017년 기준 전남 도내 해양 쓰레기 발생량은 2만6천t, 수거량은 2만1천t이다.

하지만 발생량이 수거량보다 많은 데다 오래전부터 바닷속에 방치된 양까지를 고려하면, 현존량은 약 8만7천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해에 위치한 경남지역도 다양한 유입경로와 복잡한 해안선 때문에 쓰레기 수거에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쓰레기 발생량은 2만6천100t으로 추정되지만 수거되는 양은 40%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 보니 행정기관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쓰레기 수거 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바닷모래 채취 사업도 해양 생태계 파괴의 대표적 주범이다.



경남 통영 욕지도 해역에서는 9년째 골재 채취작업이 한창이다. 2년간의 채취 기간이 무려 5차례나 연장되면서 골재채취는 내년 8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충남 태안 앞바다도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재정 확충을 이유로 해마다 수백㎥의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하기 때문이다.

질이 특히 좋은 태안 앞바다 모래는 대도시 건설자재용으로 인기를 끌 정도로 골재채취업자들에게는 '황금덩어리'으로 불린다.

어민 반발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먼 산의 메아리일 뿐이다.

태안군어촌계연합회는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꽃지와 만리포 등 해수욕장의 모래가 사라지고 꽃게와 왕새우 등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와 산란지도 파괴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경북 포항 앞바다는 해양폐기물이 한가득 쌓여 논란이 된다.

2016년부터 육상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전에 장기간 쌓인 퇴적물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해운대와 이기대 해상을 잇는 케이블카 사업이 3년 만에 다시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업체가 추진하는 부산 남구 이기대∼해운대 동백유원지(4.2㎞)간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시작되면 양쪽 지점에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개발 과정에서 환경 훼손과 난개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울산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과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의 해상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해양 생태계 교란의 요인이다.

서해안의 관문인 인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인근에서 추진중인 대규모 갯벌 매립사업은 요즘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의 갈등의 원인이다.



인천시는 영종도 북동쪽 공유수면 393만㎡를 메워 관광·레저·상업·주거단지와 미래산업·항공물류단지를 조성할 방침이지만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종도 갯벌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며 쉬고 먹이를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과 준설토 투기장 건설 등으로 조류 흐름이 바뀌어 주변 갯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영종도 동쪽 갯벌까지 매립하면 조류의 흐름이 단절되거나 왜곡된다고 주장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기존의 경제자유구역도 사업성 결여로 장기간 개발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갯벌까지 매립하며 추가 사업을 진행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동해안은 해안 침식으로 해마다 골치를 앓고 있다.

강원 강릉 정동진 해변과 삼척 월천 해변은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백사장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돼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중장비로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

강릉에서는 사업비가 3조가 넘는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진행되면서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가 나온다.

김경준 환경운동연합 강원협의회 사무처장은 "화력발전소에서 온배수가 나가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석탄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을 하다 보면 해류와 미생물 등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해에서는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가 멸종 위기에 처하고, 꽁치·멸치·고등어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1980년대에 차고 넘치던 명태가 이제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을 정도여서 포획금지 어종으로 분류됐을 정도다.

'가을철 서민 생선'으로 불리던 꽁치 어획량은 1997년 1만741t에서 20여년만에 무려 2018년 43t으로 곤두박질했다.

멸치 어획량은 1995년 1천450t에서 2017년 50t, 2018년 11t으로 급감했다.

1995년 4천983t에 이르렀던 고등어 어획량은 2015년 257t으로 급감했다. 오징어 어획량도 줄자 강릉 주문진 오징어 축제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방어, 광어, 멍게 등 대체 해산물을 투입하고 있다.



축제장에서 판매하던 오징어 활어 판매 부스는 폐지하고 축제 명칭마저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동해안의 전체 어획량은 1980년대 14만t에서 최근 4만2천t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난개발을 막기 위해 육상의 용도구역처럼 바다 공간에도 용도구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안을 포함해 바다 공간을 9개 용도구역으로 설정해 군역별로 바다에서의 개발사업 등을 사전에 해양수산부와 협의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바다는 선점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보니 난개발이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올해부터 바다 공간에 대한 용도구역을 지정하는 공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 생태계 변화와 관련해서는 기후 변화, 어족자원 남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동해에서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고, 오징어가 서해안으로 회유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만큼 심도 있는 연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이충일 교수는 "사람이 아플 때 한 가지로만 아픈 게 아니듯이 바다도 마찬가지다"며 "바뀐 해양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어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답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파 이해용 신민재 김재홍 전지혜 황봉규 여운창 변지철 손대성 장영은 고성식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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