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불태운 가루로 굿해야"…2억원 챙긴 무속인 실형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건물 매각 문제로 근심하던 60대에게 2억원 상당의 굿을 하면 이른 시일 내에 건물이 팔릴 것이라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4단독 김두홍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50)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무속인 이 씨는 모텔을 매각하려 했으나 40억원 이상의 매매가액을 제시하는 매수인이 없어 걱정하던 A(69) 씨를 상대로 돈을 편취하고자 마음먹었다.
이 씨는 2017년 9월 자신이 운영하는 신당에서 A 씨에게 "나는 하늘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있다"면서 "야생 여우를 불태운 가루로 행사를 치르면 10월 또는 늦어도 12월 말 사이에 43억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모텔이 매각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야생 여우를 불태운 가루는 구하기가 어려워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굿의 대가로 총 2억 1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씨 측은 A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무속 행위의 대가일 뿐이어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무속 행위를 가장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텔에서 굿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야생 여우를 불태운 가루를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피해자에게 받은 돈은 생활비 등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또 전 남편을 모텔 매수에 관심이 있는 재력가로 가장해 모텔에 방문하게 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본 적도 없는 문서라며 부인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자필서명 없이 무인(지장)만 날인돼 있는데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인지도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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