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정철 회동·통화누설' 공방…국회 정상화 평행선 대치

입력 2019-05-28 11:56
'서훈-양정철 회동·통화누설' 공방…국회 정상화 평행선 대치

민주, "사적 만남" 방어…국회 정보위원회 소집 요구에 반대

한국·바른미래, 국정원 총선 개입 의혹 거듭 제기…한국, 서훈 고발 방침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은정 기자 =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만찬회동과 한미정상 통화유출 논란이 가세하면서 정국의 경색도가 가일층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회동에 대해 '사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자유한국당이 제기하는 '국가정보원의 총선개입 의혹' 공세에 선을 그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적으로 만난 것은 만난 것인데 왜 자꾸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지) 오히려 그것이 이상하다"며 "그런 사안까지 정보위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맞섰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야당이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지나친 해석"이라며 "이 정부가 그렇게 하는 정부가 아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파트를 다 없애고 했는데 (총선개입 등을 하려면) 그냥 두면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기자들에게 "국회에 제출돼있는 국정원 정치개입 금지 관련 법안 처리가 본질적 문제 해결 방법인데, 그런 것은 하지 않고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1·2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서 원장과 양 원장 간 비공개 회동이 부적절하다며 화력을 집중했다.

두 야당은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관권 선거' 프레임으로 대여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온갖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를 만나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가히 짐작된다"며 "국정원장이 여당 실세와 밀회한 것은 최대의 정보 관권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총선 10개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전략을 책임지는 대통령 최측근과 장시간 만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부를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당도 국회 정상화 전 정보위 소집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가 안 돼도 정보위를 열 것인가'라는 물음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당은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발하는 방침을 세우며 공세를 강화했다.

나 원내대표는 "(서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가급적 오늘 안에 제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내용 유출을 고리로 역공을 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사건은 형법상 외교상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며 "보통 국민의 상식으로 있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책임 있는 정당과 국회의원이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무겁게 질책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에 통화 유출 논란을 외교부 문제로 전선을 확대하며 맞받았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회의에서 "단순한 기강해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외교가 당면한 무능 외교에 대한 외교부 내부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하게 강효상 의원과 외교관의 기강해이, 기밀 누설로만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우리 외교 전면을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현안을 놓고 여야 충돌이 심해지는 가운데 장기화한 국회 파행을 해결할 여야 협상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사과·철회 없이는 국회 복귀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마련한 조정안이 나오긴 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 파행 책임에 대한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조정안에 대한 한국당의 피드백이 아직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조정안에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철회가 포함되지 않았고 추후 여야 5당 합의에 따라 남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여당답지 못하고 야당 핑계를 대면서 국회 협상과 국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를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아직 민주당과 한국당의 간극이 여전히 있다"며 "오늘, 내일 계속 국회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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