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 지층' 국제표준지 등록 '무산' 위기
등록반대 지질전문가가 '임차권' 확보, 등록근거 자료 '조작'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지바(千葉)현에 있는 77만년전의 지층을 '지바니안(지바의 시대)'이라는 명칭으로 국제표준지로 등록하려던 일본 연구단체의 노력이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등록 추진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조작됐다며 현지 지질에 밝은 다른 전문가가 해당 지층이 포함된 토지 임차권을 확보, 등록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구는 탄생 이래 N극과 S극이 뒤집히는 역전을 반복해 왔다. 지바에 있는 지층은 N극과 S극이 마지막으로 뒤집힌 77만년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국제표준지는 지구 역사의 한 시대를 가장 잘 대표하는 지역을 말한다.
국제표준지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연구목적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돼야 하는데 임차권을 확보한 전문가가 출입을 거부하면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등록을 추진해온 이바라키(茨城)대학과 국립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이치하라시 요로(養老)강가에 남아있는 77만년전의 지층에서 지구의 자장인 N극과 S극이 뒤집혀 현재의 지층상태가 됐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확인했다며 2017년 국제지질과학연합(IUGS)에 국제표준지 지정을 신청, IUGS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탈리아의 지층 2곳도 IUGS의 당시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지바가 표결에서 이겨 등록지로 선정됐다.
이바라키대학과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지질학상 시대명칭에 일본 지명이 사용되는 첫 사례를 기대하며 4단계인 심사과정을 밟아왔다. 작년 11월 이탈리아를 물리치며 1, 2차 심사를 통과한 연구팀은 3차로 각국 연구자가 시료 채취 등의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치하라시를 통해 해당 지역을 공유지화 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시 당국은 사유지 2만2천500㎡ 매입에 나섰다. 지구 자기장 역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역 155㎡도 소유자가 작년 5월 시에 양도키로 약속하고 서명까지 마쳐 연구팀은 시에서 '토지이용증명서'를 발급받아 IUGS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후 토지 소유자가 마음을 바꿔 국제표준지 등록 신청에 반대하는 이바라키대학 명예교수인 니레이 히사시(楡井久) '옛 간토(關東)심해분지 지오파크추진협의회'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다며 매각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7월에는 니레이 교수가 해당 토지에 대한 10년 임차권을 확보했다.
그가 거부하면 해당토지에 출입을 할 수 없게 된 것. 니레이 교수는 시 당국의 연락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시 당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니레이 교수는 지바 현지의 지질에 밝다. 전에 등록 추진팀 연구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러나 15년전 해외 과학자가 현지를 방문했을 때 지구 자장의 방향을 설명하는 못의 위치가 어긋난 점 등을 들어 현재는 등록신청 자료가 '조작·날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아사히(朝日), NHK 등 일본 언론의 취재에 "임차권을 확보한 건 자료가 날조라는 걸 밝히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등록신청을 중단시키고 싶다. 그 자리에는 우호의 상징으로 '이탈리아 마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국내외 지질학자들은 연구논문과 자료를 정리해 등록을 심사하는 위원회 등에 제출해 왔다. IUGS 심사위원장은 제출된 논문과 자료에 "과학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니레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9월까지 서류를 제출해 내년 3월 최종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등록 추진 연구팀은 "두번 다시 기회가 없을 텐데 이대로 가면 등록을 단념할 수 밖에 없다"며 초조해 하고 있다.
연구팀의 일원인 스가누마 요스케(菅沼悠介) 국립극지연구소 교수는 "지구탄생 이래 역사에 일본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을 새겨넣을 기회인데 몹시 유감"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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