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난민 선봉 살비니의 '동맹', 유럽의회 이탈리아 선거 압승

입력 2019-05-27 23:58
반(反)난민 선봉 살비니의 '동맹', 유럽의회 이탈리아 선거 압승

1년 전 총선보다 득표율 2배 껑충…연정 파트너 '오성운동'은 몰락

연정 무게중심 동맹으로 쏠릴 듯…중도좌파 민주당 2위 선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강경 난민 정책을 앞세워 지지율을 무섭게 불려온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이 26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이탈리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다.



마테오 살비니(46)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동맹은 27일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전체 투표의 34.3%를 획득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동맹의 이 같은 득표율은 작년 3월 총선 당시 기록한 약 17%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북부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나섰던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6%의 득표율에 그친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지지율이 6배가량 수직 상승한 셈이다.

부유한 북부의 분리 독립을 기치로 내걸고 창설된 이 정당은 살비니가 대표를 맡은 이후 북부에 한정됐던 지지기반을 확대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한다는 구상 아래 작년 총선을 앞두고 이름에서 '북부'라는 지역적 수식어를 뗐고, 결국 살비니의 목표대로 처음으로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동맹과 함께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를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17.1%의 저조한 표를 얻으며 세력이 크게 약화해 희비가 엇갈렸다.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총선에서는 32.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창당 9년 만에 집권당이 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불과 1년여 만에 지지율이 반토막이 났다.

특히 22.7%의 표를 얻은 중도좌파 민주당(PD)에게도 밀린 것은,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총선에서 역대 최저인 약 18%의 표를 얻는 데 그치며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지난 3월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를 대표로 선출한 뒤 전열을 재정비, 이번 선거에서 예상을 웃도는 표를 얻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는 8.8%를 득표해 4위를 차지했다. 정치 일선 복귀를 노리며 유럽의회 의원에 직접 출마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목표로 했던 10%를 밑도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정치적 쇠락을 실감해야 했다.

또 다른 국수주의적 성향의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6.4%의 득표율로 뒤를 이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선전한 녹색당은 이탈리아에서는 2.29%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을 잡고 작년 6월 포퓰리즘 정부를 출범시킨 지 꼭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동맹과 오성운동의 전세가 역전됨에 따라 연정 내부의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정 출범 이후 주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동맹과 오성운동은 당의 명운이 걸린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직접 겨냥한 공방을 서슴지 않아 선거 이후 연정이 와해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우리가 승리했다고 해서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하지만, 이번 유럽의회 승리를 자양분 삼아 동맹의 공약인 소득세 인하, 북부 지역의 자치권 확대,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리옹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 등 오성운동이 반대해온 사안들을 주도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향후 연정의 파열음이 더 커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살비니는 또한 이날 밀라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동맹의 압승은 유럽연합(EU)의 재정규약을 바꾸라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명령"이라며, 경제 성장과 세금 인하 등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재정지출을 한정한 EU의 규정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동맹의 약진은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이탈리아 항구를 봉쇄하는 등 살비니 부총리의 강경 난민 정책이 대중의 지지를 받은 데 크게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거 기간 내내 '이탈리아 우선'을 외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로 잘 포장해 선전한 살비니의 영리한 전략도 득표율 상승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살비니는 또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자신의 측근인 아르만도 시리 건설교통부 차관이 부패 혐의로 내각에서 해임되는 악재가 불거져 동맹의 지지율이 빠질 조짐을 보이자 선거 유세에서 빈번하게 묵주를 꺼내 들고, 승리를 기도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모습으로 보수적 가톨릭 신자들의 표심까지 공략하면서 압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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