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총리, 의회 불신임으로 사퇴…내각도 해산(종합)
연정 파트너였던 극우 자유당 불신임 주도…9월 총선 표심 관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오스트리아 연방 하원이 27일(현지시간)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 안을 가결했다.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극우 자유당의 부패 스캔들로 이달 18일 연정을 해산했던 쿠르츠 총리는 자유당과 제1야당인 사민당의 공세로 불과 10일 만에 자신도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민당과 자유당은 전체 하원 183석 중 103석을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투표 가결로 물러난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연정이 깨진 오스트리아는 과도 내각을 꾸렸으나 쿠르츠 총리까지 물러나게 되면서 내각도 모두 해산하게 됐다.
헌법에 따르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전문가들로 임시 내각을 꾸려야 한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연정해산 후 쿠르츠 총리에게 9월에 조기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9월 총선 전까지 오스트리아 정부는 석달짜리 임시 내각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1986년 8월생인 쿠르츠는 2017년 총선에서 우파 국민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으면서 전 세계 최연소 정상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일찌감치 정치에 발을 디딘 뒤 승승장구했고 잘 생긴 외모로 '국민 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총선 승리 후 전통적인 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민주당 대신 난민 문제에 강경한 극우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했다.
그러나 자유당에 내무부, 국방부 등 정보기관·경찰·군을 통제하는 부처의 장관직을 넘기면서 내각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유당 당수였던 하인츠 크리스트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는 이달 17일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는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줄 테니 재정적 후원을 해달라고 거래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되자 사퇴했다.
슈트라헤가 부총리가 되기 전에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찍힌 이 영상은 오스트리아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슈트라헤 뿐 아니라 헤르베르트 키클 전 내무장관 등 자유당 각료들은 인종차별, 나치 옹호 발언으로 연립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슈트라헤와 키클이 동반 사퇴하면 연정을 유지하겠다는 제안을 자유당이 거부하자 쿠르츠는 연정을 해산하면서 외무장관을 제외한 자유당 몫의 장관들도 모두 해임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자유당은 2005년 이후 다시 연립정부에 참여했다가 하루아침에 야당이 되자 역공에 나섰다.
자유당이 쿠르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안을 꺼내 들자 제1야당인 사민당도 연정해산의 책임을 묻겠다며 동참했다.
한편 전날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당은 5년 전보다 7.5% 포인트 오른 34.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민당과 자유당은 5년 전보다 지지율이 하락, 9월 총선에서 국민당이 다시 제1당이 된다면 쿠르츠가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쿠르츠 전 총리는 연정 해산 후 기자회견에서 다른 세력과 손잡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단독정부 구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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